[사설] 모세혈관 같은 동네의원이 탈 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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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3   |  발행일 2019-07-13 제23면   |  수정 2019-07-13

문 닫는 동네의원이 늘고 있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동네의원은 의료시스템의 모세혈관과 같다. 모세혈관이 혈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처럼 동네병원 역시 우리 의료시스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와 가장 밀접한 동네병원에 탈이 났다면 결국 국민 건강도 위협 받을 게 분명하다.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구에서 폐업한 동네병원 수가 지난해에는 한 달 평균 3.5개였는데, 올해엔 5.2개로 늘었다고 한다. 반면 신규로 개업하는 동네의원은 줄어들었다. 2016년 108곳, 2017년 98곳, 지난해엔 89곳으로 감소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20%대를 유지하던 신규 개업의원 대비 폐업률은 조만간 3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네병원이 문 닫는 것은 결국 경영악화 때문이다. 경영악화는 의료보장성 확대 탓이 크다. 소위 문재인 케어의 영향이다. 의료보장성이 확대되는 것은 국민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수혜는 상급 종합병원이 독점하고 피해는 동네병원이 져서는 안 된다. 동네의원을 찾던 환자들이 지역 상급종합병원을 찾고, 지역 상급종합병원을 찾던 환자들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환자가 같은 부담으로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상급병원을 찾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환자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피해가 우려된다.

동네병원이 문 닫는다면 그 피해는 다시 환자 몫이다. 접근성, 낮은 의료비, 충분한 상담이란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 대형병원의 진료대기시간도 점점 늘어난다. 경영악화에는 몇가지 요인이 더 있다. 최저임금 상승, 52시간 근무제, 저수가 체계다. 개원의사 50% 넘게 진료시간을 단축했고 30%는 단축을 검토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오후 6시면 문 닫는 동네병원, 주 40시간 진료병원의 등장은 국민 건강 추구권 위축으로 이어진다.

가장 큰 피해자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 대상인 서민들이다.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특별세액 감면제도 확대, 저수가의 정상화 등도 검토할 만하다. 자구노력도 필요하다. 성인 10명 중 7명 꼴로 동네의원의 의료서비스에 만족을 못한다고 한다. 신뢰가 낮고 의료서비스 질도 낮다고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이다.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신뢰구축을 위한 자구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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