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산물 가격안정이 농촌살리기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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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22   |  발행일 2019-07-22 제29면   |  수정 2019-07-22
[기고] 농산물 가격안정이 농촌살리기 첫걸음
정희용 (경북도 경제특별보좌관)

매년 가격 폭락으로 농산물 수확에 필요한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산지에서 밭을 갈아엎었다는 가슴 아픈 뉴스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욱 뼈아픈 부분은 농산물 가격 폭락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급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농산물의 가격 폭등에는 외국 농산물 수입으로 대응했으나, 가격 폭락에는 국민들의 소비증진 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양파와 마늘이 가격 폭락의 직격탄을 맞아 농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파의 재배면적이 지난해 2만6천425㏊에서 올해 2만1천756㏊로 17.7%, 마늘은 같은 기간 2만8천351㏊에서 2만7천689㏊로 2.3% 감소했다. 그러나 생육기 기상여건이 좋아 6월 중순 수확하는 중만생종 양파의 생산량은 129만9천t으로 평년 대비 15%, 마늘 생산량은 36만9천t으로 평년 대비 21.2%나 증가했다. 그 결과 양파 가격은 약 40%, 마늘 가격은 약 30%까지 폭락했다.

수요가 한정되어 있는 농산물 가격은 비탄력적이어서 공급이 늘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급격히 올라간다. 혹자는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나서 수매를 해주고, 가격이 오르면 농민들이 일확천금을 얻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풍년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흉년으로 가격이 오르면 팔 수 있는 농산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해외에서 수입을 해오니 이래저래 힘들 뿐이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농민들은 농사를 통해 일확천금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땅이 농부의 발걸음과 땀방울을 외면하지 않듯이, 자신들이 흘린 땀방울에 대한 정당한 대가(代價)를 바랄 뿐이다. 풍족한 삶은 뜨거운 햇살아래에서 흘린 땀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매년 요동치는 농산물의 가격은 농민들의 삶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북도는 전국에서 귀농인구가 가장 많고, 농업소득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귀농인의 정착을 돕고 농민들에게 새로운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경북도농민사관학교의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전국의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부르기 위한 ‘경북도 이웃사촌 시범마을’, 그리고 월급받는 청년농부제의 시행으로 경북도 농촌으로 사람들이 오고 있다. 그러나 매년 요동치는 농산물 가격은 이러한 경북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맞추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들이 요구된다.

소비 촉진을 위한 공공과 민간의 각종 노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정부는 생산량과 수요량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기초농산물 공공수매제 시행 등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검토해야 하며, 생산량 조절을 위한 추가면적 조절·수매 비축·수출 지원·자율적 수급조절 등 수급안정대책을 적기에 탄력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농업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파동은 결국 정확한 데이터의 부족으로 수급조절에 실패한데 기인한 것이다. 특히 이번 양파 가격 폭락은 지난해 생산된 재고물량이 많았고, 소비까지 둔화된 상황에서 일어난 예견된 일이었다. 생산량 예측실패로 인한 농산물의 가격 폭락과 폭등을 막고, 소비자와 농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농산물 가격정책을 하루빨리 마련하여 농민들의 시름을 서둘러 거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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