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전어 타령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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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1   |  발행일 2019-09-21 제23면   |  수정 2019-09-21

‘가을 전어, 봄 도다리’라고 했다. 맛난 제철 생선에 관한 일반 상식이다. 찬바람이 불면서 전어맛이 고소해졌다. 지금 서남해 황금어장과 포구에서는 전어잡이 배들이 속도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성질 급하고 빠른 전어를 몰아넣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그물을 돌려야 하고, 죽기 전에 대도시 소비처로 신속히 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봄·여름엔 싱거워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부터 횟감 또는 구이로 인기가 급부상하는 어종이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어서 예부터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국 서남해와 일본, 중국 등 태평양 서부 연근해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이다. 불포화 지방산·단백질·비타민 B군·칼슘·칼륨 등이 많이 들어 있어 맛과 영양 모두 뛰어난 건강 식품이다.

물고기 이름의 유래와 관련, 사람들이 그 맛을 선호해 돈(錢)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었다고 해서 錢魚라고 불렀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선 후기 박물학자인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나 ‘임원경제지’에는 錢魚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화살 전(箭)자를 써 箭魚로 달리 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기가 높지만 문제는 어획량이다. 잡히는 양이 갈수록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초·중·고교 시절엔 인근 삼천포·고성·충무에서 전어가 많이 잡혔고 가격도 쌌다. 통계에 의하면 전어는 1997년에는 1만3천836t이 잡혔다. 하지만 지난해 어획량은 1만1천520t에 그쳤고 올들어는 7월까지 4천977t으로 반토막난 상태다. 9월이 됐지만 찬 수온 탓인지 잡히는 양이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때문에 전어의 ㎏당 수협 위판 가격도 고흥·보성지역의 경우 현재 2만5천원대로 지난해 1만1천원대보다 1만4천원이나 올라 있는 상태다. 어획량이 늘지 않으면 전어의 위판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면 횟집에서 우리가 먹는 전어회 한 접시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전남지역 한 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은 “하루에 전어가 5㎏ 정도밖에 안들어 오는 데다, ㎏당 판매 가격도 3만5천원에 형성돼 있다”면서 “비싸서 옛날만큼 찾는 이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아무리 맛·영양이 뛰어나도 너무 비싸면 서민들로선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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