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석열수호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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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6   |  발행일 2019-10-16 제31면   |  수정 2019-10-16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하고 국론이 두 개로 쪼개지기 시작할 즈음, 보수층에서는 ‘청문회에서 조국의 문제점이 많이 불거지고, 대통령은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조국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관 자리에 오래 버티고 앉아 있어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그래야 국민들의 저항이 일어나고,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그것을 총선 때까지 끌고만 간다면 총선 필승을 챙길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광장에 나선 국민 중 ‘조국 수호’가 많은지, ‘조국 사퇴’가 많은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동반 추락하고 한국당은 기대 이상의 횡재를 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최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3.0%포인트 하락한 41.4%로 나왔다. 정당 지지율도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이 0.9%포인트 차이로 좁혀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국당이 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은 지리멸렬해진 보수는 물론 중도층까지 챙기는 횡재를 했다. 지지율이 바닥을 맴돌며 당의 명운을 걱정해야할 처지에서 조국 덕에 한 밑천 잡은 것이다. 물론 조국이라는 동력을 잃은 한국당이 이 뜻밖의 횡재를 얼마나 오랫동안 잡고 키워 나갈지는 미지수지만.

‘조국수호 검찰개혁’. 저간(這間)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 구호를 접하면 조국이라는 사람을 검찰 개혁의 모델로 인식하지 않을까싶다. 정치권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도 당당한 검사, 검찰을 개혁하느라 조직 내에서 핍박과 배척에 맞서 싸우는 외톨이 검사로…. 가족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자신도 언제 그 대상이 될지 모를 경계의 언저리에 있는 장관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은 애초에 어울리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조국수호 검찰개혁’에서 조국은 떠났다. 그래도 검찰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떠난 조국 자리에 어울리는 퍼즐 조각이 필요하다. 조직에서 홀대를 받고도 버틸 수 있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고, 건설업자 별장에 놀러 갈 정도로 대충 살지 않은 검사. ‘석열수호 검찰개혁’. 어울리지 않는가? 조국이 하차했으니 윤석열도 떠나라는 억하심정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이하수 중부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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