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文정부, ‘독재’의 길로 가고 있나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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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4   |  발행일 2019-11-04 제30면   |  수정 2019-11-04
국민분노 조국 사태 원인을
검찰과 언론에서 찾는 정권
대통령이 언론성찰 말하자
검찰 출입기자 재갈 물리기
성찰없는 정권은 독재 변질
20191104

필자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를 출입했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서고 가장 황당했던 일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비서동(현 여민관) 출입 전면 금지 조치였다. YS, DJ 때는 기자들이 상주공간인 춘추관에 머물다 매일 오전과 오후 한 시간씩 비서동에 들어가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 등 고위 참모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기자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묻고, 참모들은 언론을 통해 민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노무현정부가 그런 청와대 취재 관행을 깬 명분은 두 가지였다. 기자들이 비서동을 돌아다니면 업무에 차질을 빚는다, 자유취재에 맡기니 유력언론사에 정보가 집중된다는 거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몇차례 조선일보와 전쟁을 치렀고, 집권하자마자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선언한 만큼 후자에 무게가 실렸음이 분명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춘추관 출입기자’로 만들어버린 새로운 취재관행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로 쭉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각 정부부처의 기자실에 대못질을 하고 통폐합 브리핑룸을 만들어 운용하기도 했다. 또 청와대 참모는 물론, 부처 공무원들도 기자의 개별 취재에 응하지 말고 무조건 공보관을 통하도록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보수성향 유력 언론에 갖는 피해의식 때문으로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그런 조치들은 모든 언론사에 일괄 적용됐다. 결과적으론 한국언론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그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그 과정을 다 지켜봤다. 노 전 대통령에게서 ‘언론을 조심하라’ ‘기자를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을 꽤나 들었을 걸로 짐작된다. 취임 후 줄곧 보여준 문 대통령의 언론불신은 거기에 뿌리가 있는지 모른다. 지금은 언론불신을 넘어 언론 탓이 습관화돼 버렸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퇴했을 때도 언론에 ‘성찰(省察)’을 요구하며 분을 삭이는 모습이었다.

더 심각한 건 대통령의 지시였는지 확인은 되지 않지만 현 정부가 언론통제를 제도로 만드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법무부가 마련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대한 규정’은 혀를 차게 한다. 오보(誤報) 낸 언론사는 검찰청 출입을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당장 오보의 기준은 뭔가, 기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건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새로운 법무부 규정은 또 노무현정부 때 공무원들에게 기자접촉 금지를 지시한 것처럼 ‘전문공보관’을 제외한 검사와 수사관들은 맡고 있는 형사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과 개별접촉을 못하도록 했다. 일방적 공보자료만 받아서 기사를 쓰라는 얘기인데, 이는 깜깜이 수사를 하면서 정권과 연관된 사건은 덮어버릴 수도 있는 장치가 된다. 또 이번 조치의 첫 수혜자도 검찰 포토라인 금지, 특수부 수사기능 축소처럼 조국 일가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를 검찰의 표적수사, 언론의 과잉보도 탓으로 돌리는 듯하다. 조국 사태를 맞아 본질은 말하지 않고 검찰개혁과 언론의 성찰만을 주창하는 것도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 그런 독단적 판단이 그토록 빗발친 퇴진여론에도 조국을 지키려고 했던 이유였을 거다. 완전히 틀린 인식은 아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사를 하고 보도를 한 ‘중요하고 엄청난 사건’ 자체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 점을 간과하니 남 탓만 하게 된다. 그러다 그들만의 울타리를 치고 짬짜미를 하려고 법개정이 필요없는 규칙이나 훈령, 관행들을 바꿔나가고 있다. 새로 만든 법무부 규정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절차를 거쳐서 1인 또는 소수에게 권력이 쏠리는 게 바로 ‘독재’다.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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