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직접 타격은 작지만 연쇄파장 따른 수출 감소가 더 걱정

  • 경제·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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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5 07:10  |  수정 2016-06-25 09:24  |  발행일 2016-06-25 제5면
20160625
코스피와 코스닥이 24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공포에 동반 폭락했다. 코스피는 3.09% 떨어진 1,925.24로 마감해 가까스로 1,900선을 지켰다. 코스닥 지수는 장중 7%대까지 낙폭을 키웠다가 4.76% 하락한 647.16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의 모습. 시세전광판의 빨간색 종목은 상승, 녹색 종목은 하락을 의미하는데 빨간색 종목보다 녹색 종목이 두드러지게 많이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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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하자 전자·자동차·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계는 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 앞으로 세계 경제 전반에 닥쳐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브렉시트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당장 크지 않겠지만, 거시적으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특히 EU와 포괄적으로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효력이 영국에서 사라지게 돼, 관세부담 부활로 인한 영국으로의 제품 수출이 단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전자, 관세 부활로 수출 줄듯
완성차업계는 유·불리 교차

금융시장 장기 불안 지속땐
건설·부동산업계도 악영향

對영국 수출량 1%도 안돼
철강기업 단기적 영향 적어

섬유는 가격경쟁력 떨어져
美·中 등과 경쟁 어려움 예상



◆전자업계= 삼성과 LG전자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가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전자업계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시작된 소비심리 위축이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유로존의 신뢰가 떨어지면 유로화 가치 역시 낮아지면서 수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는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지는 않다. EU인 폴란드에서 생산된 제품을 반입해 무관세로 판매한다.

전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EU와 FTA를 맺어 폴란드에서 생산된 제품이 관세 없이 들어갔기 때문에 가전제품 판매량에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별도의 FTA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성차·부품업계= 브렉시트로 유불리가 교차될 것으로 내다봤다. 브렉시트로 유럽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경우 최근 성장세를 보이던 유럽 자동차시장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반면, 브렉시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이 생기는 점은 수출에 유리한 부분이다.

대구의 주력산업인 차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브렉시트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의 한 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대구의 주력산업인 차부품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잘 팔리면 대구의 차 부품 업체들 상황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기아차는 체코(현대차)와 슬로바키아(기아차)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어서 브렉시트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는 영국 수출 물량에 대해 관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영국은 현대기아차의 유럽 판매량에서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작지 않다. 올 들어 5월까지 영국에서 전년 대비 7% 증가한 7만8천대를 팔았다.

반면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는 영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브렉시트로 영국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다.

◆포항 철강공단= 포스코는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철강산업으로 확산하는 상황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24일 포스코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 수출량 가운데 영국으로 향하는 물량은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영국 철강 수출량은 15만3178t으로 전체 철강 수출량의 0.49%를 차지했다. 올 들어 5월 말 기준으로 영국 수출물량은 7만39t으로 0.56%에 불과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연평균 영국 철강 수출액은 1억8천만달러로, 이는 세계 철강 수출액의 0.5~0.8%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단기적으로 봤을 때 비중은 얼마 안되지만 영국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 환율변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수요산업과 철강업에 대한 영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부동산업계= 당장은 영향이 없겠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결국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지회 관계자는 “영국 등 유럽에 사업이 거의 없는 국내 건설업계는 브렉시트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건설·부동산시장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 주택시장이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하루속히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섬유 등 중소기업계=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을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영국과 교역할 때 특혜 관세가 없어질 것"이라며 “수출품의 대(對)영국 가격 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았던 미국·중국·대만 등과 경합하는 국내 운송기계부품·섬유 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기업계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영국과 조속히 FTA를 체결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직접적인 여파보다는 항공사 운영의 주요 변수인 환율과 유가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사는 항공기 도입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미국 보잉이나 유럽 에어버스 등으로부터 수입하기 때문에 외화 부채가 상당하다. 환율 변동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유가가 오르면 항공유 부담이 늘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금융 불확실성이 환율과 유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국가산단=구미국가산업단지 수출업체들은 유럽 수출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구미산단은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발 경제 위기 당시에도 수출이 크게 감소하는 등 외풍으로 인한 타격을 입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구미산단 내 제조업체 대표 A씨는 “브렉시트가 실현된 이상 유럽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지자체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브렉시트는 유럽의 금융위기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의 대책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환율변동 완화 대책과 수출보험 등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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