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리테인먼트’…도시 농업을 즐기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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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0-26   |  발행일 2012-10-26 제33면   |  수정 2012-10-26
LED로 재배하는 식물공장…코끼리똥 매트서 채소 재배하는 카페…텃밭 개간한 대학…팜스쿨 된 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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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시농업이 옥상텃밭·주말농장 수준을 넘어 가정이나 공장에 LED를 활용한 농법이 보급되는가 하면, 학교나 카페에서 텃밭을 개간해 기른 채소를 나누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농업은 여가로 즐기거나 힐링·인테리어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식량안보·환경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 = 농업(Agriculture)과 여흥(Entertainment)을 결합한 신조어)

농업은 문화다.

흙(agri)에서 나온 문화(culture)가 바로 농업(agriculture)이기 때문이다. ‘culture’의 어원은 ‘cultivate’. 인간은 경작(cultivate)을 함으로써 문화(culture)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역사시대 이후 문화는 도시를 중심으로 꽃을 피웠지만 20세기 초 도시·산업화가 진전될수록 농업은 도시로부터 멀어졌다. 그 결과 도시가 팽창하고, 녹지가 부족해지면서 환경오염이 가중됐다. 그에 따라 도시에 사는 도시인의 인간성도 더 황폐해졌다.

그러나 인간은 재배본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치열한 경쟁과 빠른 변화에 지친 도시인에게 건강과 여유를 동경하는 욕구는 도시농업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농업에 여흥(entertainment)이 결합한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란 개념이 등장하고, 도시로부터 분리됐던 농업이 다시 뜨기 시작했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영국의 얼로트먼트, 일본의 시민공원, 뉴욕의 루프가든 등 산업화에 앞섰던 나라가 먼저 도시농업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농업 활동은 도심 자투리땅과 옥상텃밭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임기병 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엔터테인먼트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옥상에서 텃밭을 일군 건 아니다”면서 “지구온난화방지, 생태계보전, 삭막한 도시환경 개선, 이웃과의 나눔, 식물치료라는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도시농업 활동이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우리의 도시농업은 걸음마 단계다. 독일의 경우 도시 인근에 100만개 넘는 주말농장이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고작 200여개에 불과하다.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에 따라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텃밭 면적은 2010년 대비 3.7배,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약 1.5배로 늘어났다. 또한 도시텃밭, 주말농장 등을 2020년까지 8천개소(3천㏊)를 조성해 전체 인구의 10%(500만명) 이상이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임 교수는 “농촌에서 생산하는 전통적인 농업이 도시농업으로 대체되거나 사라진다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도시농업은 여가활동이나 힐링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식량안보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도시농업은 21세기의 트렌드다. 그는 “ 대구시가 도시농업지원센터를 건립하고, 도시농업전담기구를 구성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도시농업은 옥상텃밭, 주말농장 뿐만 아니라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식물공장, 실내 채소재배에까지 이르렀다. 미국,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는 도심에 고층식물공장(vertical farming)을 지어 수경으로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실내인테리어에도 그린(green)개념이 점차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호 커버스토리는 진화하는 도시농업에 관한 이야기다. LED를 응용해 채소를 재배하는 식물공장과 실내채소재배기를 이용해 직접 기른 채소를 따먹는 시민을 만나봤다. 또 코끼리 똥 매트에 기른 채소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카페, 캠퍼스에서 텃밭을 개간한 대학생들, 팜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를 찾아 도시농업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살펴봤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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