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엔 배추가, 교정엔 오곡이 익어가고…캠퍼스도 경작 중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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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0-26   |  발행일 2012-10-26 제35면   |  수정 2012-10-26
도시농업 대구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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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농업기술센터가 도심다랑논 조성사업의 하나로 대구스타디움 서편광장에 심은 벼가 황금들녘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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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곽명근씨가 손자와 함께 주택 2층 옥상텃밭에 기른 김장배추에 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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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월암초등 어린이들이 교문 입구 텃밭에서 목화를 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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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희망토 마을 회원들이 경북대 농대2호관 앞에 있는 텃밭에서 수확한 열무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고 있다.

◆대구 도시농업 현황

대구는 전체 토지 중 전·답의 비중이 15.5%다. 경지면적은 2006년 1만1천ha에서 2011년 8천900ha로 줄었다. 특히 밭은 6%정도 감소했으나, 논은 40%이상 감소했다. 대구시의 경지는 도시외곽에 집중돼 달성군, 동구, 수성구, 북구 등 4개구(군)이 86%를 차지한다. 농가수는 1만7천호로 겸업농가가 늘어나고 있으며, 농업인구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1ha미만의 소농비중이 85.9%로 대부분 영세하고 채소 과수의 비중이 높다. 대구시는 올해 강소농모델 농가육성, 도심다랑논 조성, 농업비즈니스, 상자텃밭, 초등학교 원예활동 활성화, 농산물포장개선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도시농업 활성화 지원조례를 지난해 말 제정했다. 또 대구농업기술센터는 올해 도시농업팀을 도시농업과로 확대 개편해 도시농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도심 곳곳 다랑논 등 대구시 각종 사업 추진
농업인구 꾸준히 증가


폐페인트·변기통 활용 주택 옥상텃밭도 증가
김장할 만큼 배추 수확


월암초등은 전교생에 목화·수수·보리·밀 등
1식물 재배로 심성교육


경북대 165㎡ 텃밭개간 학생들이 채소 재배해
친환경 농작물 얻고 나눔 실천 “확산 추세”


◆옥상텃밭

곽명근씨(67·대구시 동구 방촌동)는 2층 주택 옥상에서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재미삼아 해 본 것이 벌써 15년째다. 곽씨는 봄~가을이 가장 바쁘다. 배추, 고추, 호박 등 심어보지 않은 채소가 없다.

지난 17일 곽씨의 옥상텃밭에서는 50여포기의 배추가 토실토실하게 자라고, 한켠에서는 폐변기통에 심은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10년 전 고물상에 가서 500원을 주고 폐페인트통을 구입해 거기에 배추를 심었습니다. 폐변기통은 이리저리 다니면서 버려진 것을 주워 모았습니다. 김장은 여기서 수확한 배추를 쓰는데 남아서 딸네 집에 주기도 합니다. 아내와 둘이 사는데 채소는 늘 남아돌지요. 남으면 이웃에게 줍니다. 농약을 치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싱싱하다는 게 장점이지요. 허허허.”

곽씨는 옥상텃밭 가꾸기를 통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도 챙긴다. 일은 보통 아침 저녁나절에 30분가량 한다.

“옥상텃밭을 일구려면 조금 부지런해야 합니다. 자식 돌보듯 애정을 가지고 늘 잘 돌봐야 잘 자랍니다.”

겨울이 오면 곽씨는 토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작물을 다 뽑아낸 뒤 흙을 함께 모아 뒤섞는 작업을 한다. 이때 소나 닭 등 가축의 똥과 비료도 첨가한다. 곽씨는 거창하게 도시농업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화분에 꽃을 심을 수도 있지만 꽃보다 채소를 심는 게 더 적성에 맞습니다. 식물이 자라는 걸 보면 마치 어린 자식이 자랄 때처럼 애정이 갑니다.”

◆팜스쿨(Farm school)

지난 18일 월암초등(대구시 달서구 월암동) 들머리에는 장승처럼 키가 큰 수수들이 고개를 숙여 내방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2011년 개교한 이 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1학생 1식물 재배하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798명의 전교생은 각자 1개씩 상자화분을 갖고 있어 봄부터 겨울까지 4단계로 나눠 계절채소나 작물을 심는다. 각 상자마다 학년, 학반과 이름, 파종식물의 종류가 적혀있다.

어린이들은 4~5월 상추나 쑥갓, 5~9월 목화, 6~9월 수수, 9~10월 배추나 무, 11~3월 보리, 밀을 직접 파종하고 수확체험을 하고 있다. 한 어린이가 보통 5작물 이상을 가꾸는 셈이다.

학부모들도 교내 빈 공간에 텃밭을 개간해 식물재배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정 사이 정원은 벼와 조, 수세미 등 오곡이 무르익어가고 있어 작은 농촌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팜스쿨 운영 대구지역 초·중·고등학교 생활원예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18일에는 전국경연대회 농업진흥청 심사에 앞서 학생들이 학교 입구에 심은 목화를 수확해 예쁜 방석을 만들고 있었다.

박영희 교장은 “작물재배를 함으로써 자연과 동떨어져 생활하는 도시 어린이들에게 4계절 변화를 학교에서 느끼게 해주고 싶다”며 “농부에 대한 고마움, 생명존중 등 아름다운 심성이 식물재배를 통해 길러진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하연 어린이(4학년)는 “지난 여름 태풍 산바 때 수수가 넘어질까 많은 걱정을 했다”며 “등교하면 가장 먼저 내 상자화분에 달려가 식물에게 ‘잘 자랐니’라고 안부를 묻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캠퍼스 텃밭

“매주 화요일 오후 5시 ‘희망토 마을’ 텃밭에서는 농사교육을 합니다.”

희망토 마을이장 서종효씨(27·생명과학부 3학년)의 말이다. 희망토 마을은 경북대 농대2호관 앞에 있는 165㎡(50평)규모의 텃밭과 이를 가꾸는 학생들을 지칭한다. 이 텃밭은 지난해 8월 8명의 학생이 뜻을 모아 개간했다. 지난 20일 텃밭에선 10여종의 채소가 자라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수확한 열무로 비빔밥을 해먹고 있었다.

“처음 대학본부에서 학교 땅이라며 허가를 내주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기획안을 들고 계속 졸랐죠. 대학 측에서 우리의 뜻을 가상히 여겨 결국 허가를 해주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지원금도 받았습니다.”

서씨는 올초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희망토 마을 텃밭학교 1기생을 모집했다. 학생들이 몰려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기생 모집에는 16명을 뽑았다. 이들은 각자 맡은 고랑에 작물을 심고 공동경작을 하며 농사일도 배우고 우의도 다지고 있다. 올 가을에는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농업교육 강사는 서씨가 도맡아 하고 있다. 서씨는 대구농업기술센터에서 농민을 대상으로 SNS교육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희망토 회원인 김동건씨(법학과 3학년)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데 틈만 나면 텃밭에 나와 작물을 가꿉니다. 농업체험을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학 안에 텃밭을 마련해 대학생들이 농사를 짓는 텃밭동아리는 2010년 고려대에서 시작해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전국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에선 지난해 등록한 경북대가 처음이다. 최근에는 전국 대학생 텃밭동아리 모임을 갖기도 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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