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에 가면 하늘이 열리는 모텔 많아…눈·비 오면 특별한 분위기 연출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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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2-07   |  발행일 2012-12-07 제35면   |  수정 2012-12-07
■ 아베크족 위한 무인모텔

여관이나 모텔의 대실문화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선 그런 영업형태가 없다고 하지만 이웃 중국과 일본에서는 유사 대실문화는 존재한다. 중국에서는 찜질방, 호텔사우나 같은 곳에서 ‘러브행위’가 이뤄진다. ‘성(性)진국’이라고도 불리는 일본은 대실문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모텔 입구와 객실 전화기 주변 등에 어지럽게 붙어있는 ‘오피스걸’과 ‘티켓다방’ ‘출장마사지’등 각종 스티커는 투숙객을 유혹한다. 러브모텔이 불륜과 성매매의 온상지라고 손가락질 받을 만하다.

하지만 국가가 숙박업소에서 이뤄지는 남녀의 ‘러브행위’를 단속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 모텔 주차장의 비닐커튼과 자동문 역시 익명성을 보호하는 장치다. 숙박업을 허가했을 때부터 이러한 일탈은 미리 예견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무인텔’이라고도 불리는 무인모텔이다.

대구지역에도 무인모텔이 있다. 주로 팔공산 갓바위, 동화사, 파계사 부근에 10여개가 산재해 있다.

정락현 숙박업협회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요즘에는 기름값이 많이 올라 팔공산이나 가창 등 대구교외의 모텔을 찾는 아베크족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며 “무인모텔 신축허가도 올해부터 상당히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티포유모텔

대구에서 모텔객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함으로써 투숙객이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최초로 영업을 시도한 업소는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 있는 H모텔이다.

팔공산 동화사집단시설지구 안에 있는 티포유모텔은 이른바 H모텔과 같이 ‘하늘이 열리는 모텔(이하 하모)’이다. 티포유는 탑포유(Top for you)의 ‘op’를 뺀 말이다. 티포유 말고도 팔공산에는 여러 개의 하모가 있다.

하모는 보통 1주차장1실로 된 2층 구조다. 각각 격리된 하나의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자동으로 셔터가 내려진다.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것 같지만 모텔에 설치된 자동감시카메라를 관리하는 모텔직원은 투숙객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 볼 여유와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출입여부만 확인한다.

주차장 옆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자판기가 보이고 자판기에 지폐를 넣으면 자동결제가 된다.

티포유의 객실은 총 20개로 심플한 구조다. 침실과 욕실, 그리고 작은 소파가 있다. 모든 비품은 1회용품이다. 정수기는 관리가 힘들어 생수를 제공한다. 침대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지잉~’하면서 천장이 서서히 열리면서 투명한 창을 통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티포유의 K전무는 “오후 3시~5시, 저녁 7시~9시가 피크다. 여름이 성수기인데 특히 주말엔 빈방이 없을 정도다. 비나 눈이 오면 손님들이 많이 찾는데 이유는 분위기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K전무는 “모텔을 찾는 95%이상이 아베크족이라고 보면 된다. 대실손님이 대부분이고 20대~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출입하고 있는데 가끔 팔공산을 찾는 가족이나 배낭족이 들를 때도 있다”고 했다.

애로사항도 있다. “가끔 TV나 주차장 셔터를 부수고 나가는 고객이 있는데 그럴 땐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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