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歷史의 同居’ 대구 속의 일제 흔적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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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29   |  발행일 2013-11-29 제33면   |  수정 2013-11-29
달성공원·수성못 등에 적지 않게 남아 있어…
잔재냐 아픈 유산이냐 청산이냐 관광화냐 한 번은 정리하고 가야

일제가 달성공원에 심었다고 하는 가이즈카 향나무에 둘러싸인 ‘최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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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공원 관풍루 앞 최제우 동상 주변을 가이즈카 향나무가 포위하듯 에워싸고 있다.




수성못을 확장한 일본인 미쓰사키 묘와 마주하고 있는 이상화 시인의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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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맨위) 뒷산 법이산 자락(오리학교 뒤편)에 있는 미쓰사키 린타로의 묘(중앙)와 이상화 시인 시비(맨 아래·연합뉴스)가 못을 경계로 마주하고 있다.



통일신라 이후 우리나라가 외세에 국권을 상실한 건 역사적으로 두 번이다.

한번은 고려 때 몽골지배 100년이었고, 또 다른 한번은 일제강점기였다. 지금까지도 몽골과 일본의 자취는 우리문화에 많이 남아있다.

특히 일본이 남기고 간 잔재는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남아있다. 최근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해 새로 편찬한 일부 교과서가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미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광복 70주년이 다 돼가도, 아니 100년, 1천년이 흘러가도 식민지배의 역사를 잊어선 안 된다.

1965년 한일수교 후 지금의 한일관계는 최악이다. 가장 큰 이유는 독도영유권과 역사교과서 서술, 강제위안부·징용문제에 대해 일본이 납득할 만한 반성과 사죄, 배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엔저효과로 일본을 찾는 한국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였으나 방사능 누출여파로 그 추세가 한풀 꺾였다. 한국을 찾는 일본관광객도 지난해보다 24%나 줄었다. 그러나 한일 간 외교가 경색돼도 민간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남긴 흔적은 말과 풍습에 가장 많이 남아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구시내에 일식집은 더러 있었으나 일본어 간판으로 된 사케 전문점이나 초밥집은 드물었다. 우리 문화 속에 남아있는 일본식 풍습을 배척하거나 멀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후 세계화, 다문화의 물결에 편승해 일본의 풍습도 포용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 지린성 창춘에는 만주국시절 일제가 남긴 건물이 대부분 그대로 남아 창춘시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랴오닝성 다롄에도 적산가옥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위(僞)만주국’이라 해서 만주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포항의 경우 구룡포에 적산가옥거리를 조성해 일본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구 중구청과 군산시는 옛 일제강점기 근대골목을 살려 관광자원화하고 있다. 일본이 남긴 흔적을 잔재로 볼 것인가, 유산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이달 초 대구에 온 일본의 소규모 관광단을 맞이한 적이 있다. 2박3일간의 여정이었지만 올적 갈적을 제외하곤 하루 관광이 전부였다. 그들은 평범한 일반관광객이 아니라 대구에서 일본의 자취를 찾고자 하는 관광단이었다.

기자는 그들과 함께하며 대구의 어디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역사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 하나 제대로 없는 대구를 일목요연하게 하루 만에 다 보여주기란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구에 남아있는 일본의 흔적을 찾기란 무척 어려웠다. 팔공산과 비슬산, 근대골목과 약전골목, 동성로와 서문시장, 대구에 볼 것은 많아도 일본관광객을 위한 타깃 관광 상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호 위클리포유에서는 대구에 남아있는 일본의 흔적과 이야깃거리를 찾아봤다.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녹동서원은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다. 지난해 5월 개관한 한일우호관은 모하당 김충선 선생을 기리는 역사관, 3D영상관, 예절교실, 기획전시관, 전통놀이 및 일본식 정원 등으로 새로 꾸몄다. 제2의 사야가인 사여모에 대한 자취를 살펴봤다.

일제강점기 미스사키 린타로가 증축한 수성못도 일제가 남긴 흔적이다. 수성못 뒤 법이산 자락에 있는 그의 묘소를 찾았다.

대구시내 특히 북성로 일대는 일본의 적산가옥이 많이 남아있다. 또 달성공원에도 일본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다. 대구 속 일본이 남긴 흔적을 소개한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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