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이길 카드 있다”

  • 임호,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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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03 07:11  |  수정 2014-05-03 07:23  |  발행일 2014-05-03 제1면
[y 스페셜] 건보공단, 담배소송
패소한 개인소송과는 차원 달라
폐암 연관 입증 근거 철저히 준비
KT&G 위법성 증명 문건도 확보
20140503
담배와 각종 질병 간의 연관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해외에서나 보던 대규모 담배소송이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전격 제기했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14일 KT&G와 함께 외국계 회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한 진료비를 물어내라’며 537억원을 청구하는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소송의 핵심은 흡연과 질병의 인과성과 담배회사가 고의적으로 흡연의 위해성을 은폐했는지 여부다.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이 최근 대법원에서 패소한 개인소송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반 개인의 소송 당사자들과는 달리 지난 20년간 130만명의 건강보험 기록이 담긴 빅데이터를 연구·분석해 흡연과 폐암 발생의 연관성을 입증할 근거를 마련했다고 자신한다. 건보공단측은 “KT&G의 위법성을 증명할 내부 문건도 확보했다”고 밝힐 정도다.

실제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쳐 진행됐다고 밝혔다. 승소 가능성이 높은 담배회사를 선정한 것은 물론, 담배와의 상관성을 넘어 직접적 영향이 있는 암만 고른 점, 과도하게 많지 않은 청구액에는 숨은 전략이 있다.

건보공단측의 승소로 마무리되면 상상할 수 없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다른 질환으로 소송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폐쇄성 폐질환(COPD)과 버거씨병(폐색성 혈전혈관염)이다.

특히 COPD는 폐암과 마찬가지로 발병 원인의 90%가 흡연이다. 더 심각한 것은 만 18세 이상 국내 성인의 8%가 COPD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만성질환이라 치료비도 적지 않다. 소송가액은 이번 담배소송의 수십배가 될 수도 있다.

소송을 바라보는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시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시민단체도 찬반논란이 뜨겁다.

소송 찬성 쪽은 담배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증명하는 동시에, 금연운동이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 쪽은 혈세 낭비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술 먹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보험회사가 술회사와 자동차 회사에 각각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단은 소송으로 인한 행정력과 막대한 예산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당장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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