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발견 40일동안 유병언인줄 몰랐다

  • 입력 2014-07-23 07:08  |  수정 2014-07-23 11:35  |  발행일 2014-07-23 제1면
순천별장 2.5㎞거리 밭서 지난달 이미 발견
뒤늦게 유전자 검사…검경 부실 수색 도마에
국과수 재부검 진행 사인·타살여부 유추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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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경찰의 DNA 감식 결과 유병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지난달 12일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모 야산 밑 밭에서 시신을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이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시신의 머리카락과 뼛조각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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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청해진해운 회장)으로 22일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8일 만이다. ☞2·3·7면에 관련기사

참사 책임의 정점에 있는 유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4월20일을 전후해 도피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는 운명을 맞았다.

순천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지난 21일 저녁 경찰청으로부터 순천서 변사체의 DNA가 그동안 검경의 수사활동으로 확보한 유씨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또 변사자의 오른쪽 집게손가락의 지문 1점을 채취해 검색한 결과 유씨의 지문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2일 유씨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드러난 순천 송치재 휴게소에서 2.5㎞가량 떨어진 매실밭에서 부패된 남성의 시신을 한 구 발견해 신원 확인을 위해 DNA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 감식 결과 검경이 송치재 휴게서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과 금수원 내 유씨 작업실에서 확보한 두 개의 유병언 DNA 시료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 병일씨(75·구속기소)와의 부계 Y염색체와 모계 X염색체(미토콘드리아 확인법)를 대조 확인한 결과 동일한 부모를 둔 형제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 가운데는 유씨 일가 계열사인 <주>한국제약 생산 ‘ASA 스쿠알렌’ 빈 병이 있었고, 천 가방 안쪽에 새겨진 ‘꿈같은 사랑’ 글자는 유씨가 직접 쓴 책의 제목과 일치했다.

경찰은 이날 유씨 시신을 국과수 서울 분원으로 옮겨 재부검을 실시 중이다. 재부검이 완료되면 시신이 유씨임이 최종 확인되는 한편 사인과 타살 여부, 사망시점 등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시체 바꿔치기’ 가능성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시신의 DNA와 (기존에 확보한 유씨의 DNA가) 일치한다고 발표했고 경찰청의 지문감식 결과도 동일하다”면서 “두 가지 결과를 신뢰한다면 (시신) 바꿔치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씨 사망이 최종 확인되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살아있는 유씨 검거에 실패하면서 검경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유씨의 뒤를 쫓아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5월25일 유씨의 순천 은신처인 ‘숲속의 추억’을 덮쳤지만 이미 유씨는 사라졌고, 이후 검찰은 전남 해남과 목포 등지로 수색을 확대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유씨가 예상치 못하게 이미 지난 6월께 사망했고 시신은 ‘숲속의 추억’에서 발견돼 검경의 수색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유씨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끊긴 송치재 별장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해 4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다가 DNA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유씨 여부를 확인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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