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에서 나는 휘파람 같은 음…고결한 농현 샘물처럼 솟는다 ④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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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1-29   |  발행일 2016-01-29 제35면   |  수정 2016-01-29
■ 대구·경북 이색 악기의 선구자들
대구 톱 연주가 양상구씨
20160129
양상구씨는 교장으로 1부 인생을 마감한 뒤 2부 인생을 톱연주가로 활동 중이다.

올해 일흔을 맞은 전직 교장 출신 양상구씨.

그는 매주 일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대병원역에서 2시간 고혹한 악기 연주를 한다. 5년째다. 그의 악기는 특이하게 ‘톱’이다. 물론 연주용이라서 톱날은 제거됐다. 미국의 스탠리사에서 연주용 톱을 시판 중이지만 아직 일반 악기사에서 살 수 없다.

그는 그보다 앞서 연주용 톱을 만들기 시작한 친구 유시백씨 덕분에 연주도 할 수 있게 됐고 연주용톱을 직접 제작할 수 있게까지 된다. 제3공단 특수철판 전문점에서 구입한 철판을 원하는 규격대로 주문절단해 와 사포와 줄 등으로 날을 정교하게 다듬고 나무 손잡이도 달아 톱악기를 만든다. 악기가 무릎에 잘 지탱될 수 있도록 젓가락으로 반원형으로 굽혀 지지대로 부착해준다.

“악기용 톱은 음향공악상 반드시 마름모꼴이어야 한다. 폭이 넓은 쪽은 저음부, 좁은 부분은 고음부다. 음역을 충분히 넓혀주기 위해 길이도 최소 54㎝ 이상 80㎝ 미만이어야 한다.”

두께도 연주에 큰 영향을 준다. 여느 톱은 1㎜인데 연주용은 0.9㎜ 이하여야 한다. 너무 얇으면 떨림(비브라토)이 너무 세 연주효과를 보기 어렵다. 재질은 반드시 특수강이어야 한다. 일반 쇠는 구겨지기 쉽고 복원력이 적어 좋은 울림을 만들기 어렵다.

소리는 첼로용 활을 켜서 뽑아낸다. 톱의 가장자리에는 송진가루를 뿌려둔다. 활은 반드시 톱과 수직을 이루는데 활이 톱날을 건드리는 동시에 왼손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톱을 S자로 휘어주면 우~웅 하는 소리가 발생된다. 이때 양 무릎 사이에 끼운 톱손잡이 부분을 오른쪽 다리로 흔들어주면 파형을 그리는 휘파람 같은 묘한 소리가 난다. 활로 톱을 켠다고 해서 특정 음의 소리가 나는 건 아니다. 왼손 엄지와 검지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톱을 휘어주느냐에 따라 멜로디가 형성된다. 음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그냥 웅웅거리는 소리만 방출된다.

“연주를 잘하면 멋지게 들리지만 서툴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린다.”

수성구 매호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한 그는 2008년부터 톱연주로 제2의 삶을 시작한다. 유년기 한 외국인 선교사가 연주하던 톱연주를 자신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초 친구가 자신이 만든 연주용 톱을 선물로 주었다. 경주고 악대부원이기도 했고 대구교대 시절 피아노에도 상당한 소질을 있어 톱연주 기량 연마에는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기본기를 연마하면서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김창환, 장승일 등 국내 유명 톱연주가의 연주를 연구했다. 3년을 혹독하게 파고들었다.

“다른 악기와 달리 정해진 음역이 없고 자신이 직접 음을 만들어야 한다. 이 악기는 빠른 곡보다는 대체적으로 느린 곡에 알맞다. 해금, 가야금도 농현이 대단하지만 톱연주는 그 어떤 악기보다 고결한 농현이 샘물처럼 올라와 듣는 이를 힐링시킨다.”

그는 출연료가 없는 재능기부연주를 더 선호한다.

틈만 나면 낚시용 가방에 의자, 잭, 반주기 등 연주에 필요한 용품을 넣고 지하철역사, 노인복지관 등 재능기부할 공간을 찾아나선다. RV차량 트렁크에는 각종 스피커가 여러 조 실려 있다. 언제 어디서나 즉흥 연주를 하기 위해서다.

그의 연주 광경은 다음 카페 ‘톱시루나’에 들어가면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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