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票 의식한 정부 ‘대국민 사기극’

  • 박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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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6-24 07:04  |  수정 2016-06-24 07:04  |  발행일 2016-06-24 제2면
4개 시·도민 동성로서 진상규명 촉구
■ 시도민 추진위 내일 장외집회

“김해 신공항은 지록위마(指鹿爲馬)다.”

23일 오후 대구경북디자인센터 5층,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사무실. 삼삼오오 모여든 추진위 운영위원들은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및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가 있은 지 이틀이나 지났지만 아직 울분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강주열 추진위원장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어째서 ‘김해 신공항’이냐”며 “이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ADPi의 용역 결과 발표 당시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 ‘신공항급(級)’이라고 표현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2일 ‘김해 신공항’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추진위 운영위원들은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 개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은 긴급 운영위원회 회의를 갖고 25일 오후 5시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신공항 백지화 진상규명 촉구대회’를 열기로 의결했다.

강 위원장은 “정부가 정말 공정하게 밀양과 가덕도 두 군데를 놓고 신공항 입지를 결정하길 차분히 기다렸는데 엉뚱하게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 났다”며 “우리는 두 번이나 대국민 사기극을 당했다. 신공항을 편취당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을 수행한 ADPi 스스로도 ‘정치적 후폭풍도 고려했다’고 밝히는 등 이번에도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결국 정부가 내년 대선의 표를 의식해 결과를 바꿔 버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초 영남권 신공항 추진 논의가 김해공항 확장 불가론에서 출발한 건데 10년이나 돌고 돌아서 지역갈등은 물론이고 혈세를 낭비하면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과연 김해공항이 확장 가능한지 등을 철저하게 검증해보자는 것”이라고 이번 촉구대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촉구대회에는 영남권 4개 시·도(대구·경북·경남·울산) 시민 2천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식전행사와 국민의례, 경과보고, 참가자 연설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강주열 위원장이 직접 삭발을 하며 정부 결정에 대한 불복종 의사를 강하게 밝힌다.

또한 이번 용역 결과에 대한 영남권 4개 시·도의 진상규명 의지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향후 학계와 경제계, 정치계, 시민사회계 등을 총망라하는 범시도민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추진위는 조만간 정부에 영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자료를 요청해 철저한 검증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날 추진위 운영위원회에서는 신공항 문제와 관련해 부산에 비해 소극적으로 대처한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에 대한 비난도 잇따랐다. 한 운영위원은 “부산은 상공회의소가 선봉에 서고, 관변단체가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냈다”며 “그에 반해 지역 정치·경제계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운영위원은 “대구·경북 상공인들은 아직 배가 덜 고픈 것 같다. 신공항이 영남권 5개 시·도 모두 접근성이 좋은 밀양에 들어서면 직접적인 혜택을 볼 텐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지역 정치인들도 이불 속에서만 난리지, 정작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토로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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