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들인 포항 세트장 철거…혈세 날린 ‘無책임 전시행정’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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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19 07:13  |  수정 2016-09-19 08:39  |  발행일 2016-09-19 제1면
부실시공 논란 속 3년 만에…묻지마式 건립 지원에 ‘경종’

경북도와 포항시가 거액을 들여 준공한 드라마 ‘불꽃속으로’의 세트장이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3년여 만에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지방자치단체의 묻지마식 드라마·영화 세트장 지원사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8일 포항시에 따르면 북구 흥해읍 학천리에 세워진 드라마 ‘불꽃속으로’의 청와대 세트장이 이달 중 완전 철거된다. 2015년 4월 구조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아 철거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철거에는 5천여만원이 투입된다. 세트장 건립을 위해 경북도와 포항시가 쏟아부은 돈은 각 7억5천만원씩 총 15억원이다. 포항 문화계 인사는 “불꽃속으로의 세트장은 단체장의 무리한 전시행정이 빚은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라고 꼬집었다.

특히 포항시가 착공도 하기 전 제작사에 세트장 건설비용을 지급한 점과 3년밖에 안 된 건물이 철거됨에도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포항시의회는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 실시와 구상권 청구 등을 요구했지만 법률 검토 결과 ‘문제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부실시공 의혹이 짙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이다.

한 지역개발 전문가는 “무턱대고 대형 세트장을 짓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그보다는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자연 등 환경적인 특수성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한 콘텐츠 개발로 관광객이 찾아오게끔 하는 현실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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