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가깝고도 먼, 밉고도 고운, 알다가도 모를…부부 사이를 되돌아보다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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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09   |  발행일 2017-06-09 제35면   |  수정 2017-06-09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성찰의 기회
부부 간 소통의 대화법 ‘1·2·3 법칙’
영화 ‘호프 스프링스’ 대사 곱씹게 돼
20170609
부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영화 ‘호프 스프링스’.

지난해 말 한 방송 시상식에서 배우 차인표가 아주 인상적인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는 50년을 살아오면서 알게 된 3가지 진리를 소개했다. 첫째,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둘째,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셋째, 남편은 아내를 이길 수 없다.

남편이 아내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여성스러워지는(?) 남편이 남자처럼 든든해지는(?) 아내를 이기기 힘들다. 따라서 이기는 것을 포기하라는 조언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하면 어느 쪽이든 상대를 이기려 하지 말고, 즉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거나 변하라고 요구하지 말고 서로 인정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부부는 작은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작은 일에 감동을 하기도 하는 묘한 관계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 만나서 혈족보다도 더 강한 신뢰와 사랑으로 수십년을 살 수도 있고 별것 아닌 일로 인해 가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만날 수 없는 먼 거리의 사람으로 바뀌기도 한다.

누군가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서로를 바라보는 것’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두 사람이 각자 다른 인생의 길에서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존중, 배려, 이해심으로 서로 같은 곳을 향해 맞춰나가는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나를 중심에 두고 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타협의 자세가 필요하다.

‘행복하게 나이들기’(저자 김송호)란 책을 보면 부부간의 소통을 위한 구체적 대화법으로 ‘1·2·3 법칙’이 나와있다. 이것은 ‘1분 말하고, 2분 듣고, 3분 맞장구치기’라는 법칙이다. 자신의 말을 최대한 짧게 하고 상대의 말을 성심성의껏 경청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신뢰가 쌓인다. 쉬운 듯하지만 결코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법칙인 듯하다.

몇년전 개봉된 영화 ‘호프 스프링스’에서 무척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여주인공 케이가 남편 아놀드에게 한 “내가 지금 가장 아쉬운 것은 당신과 함께할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에요”란 말이다.

30년 넘게 살아서 무덤덤해진 부부간의 사랑을 부부클리닉을 통해 되살려내는 과정을 보여준 이 영화를 보면 한국의 중장년 남편들은 아놀드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오래전 남편과 나눴던 봄날 같은 사랑을 원하지만 남편은 아내를 피한다. 그를 향해 아내는 “차라리 혼자였다면 이렇게 외롭진 않았을 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부클리닉을 받는 과정에서 불만을 터트리는 남편에게 이런 말도 던진다. “난 늘 앞으로의 행복만을 바라보고 살아왔어. 결혼하면 행복하겠지, 애 낳으면 행복하겠지. 애들 독립하면 오순도순 살아야지. 이제는 더 이상 바라볼 것이 없는데, 난 아직도 행복을 꿈꾸는데, 이렇게 빈껍데기처럼 살아야 돼? 난 행복할 권리도 없어?”

이런 케이의 말이 바로 내 곁에 있는 아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말이란 것을 생각한다면 부부관계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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