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갈탕의 묵직한 변신…함양에만 있는 ‘콩잎곰국’도 맛의 별천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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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11   |  발행일 2017-08-11 제35면   |  수정 2017-08-11
오도재 아래서 만난 콩잎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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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안의갈비탕으로 불리는 ‘콩잎곰국’. 꼭 미역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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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함양 들녘의 기운이 담긴 늘봄식당의 오곡밥.



구불구불 3겹의 S자 길로 넘는 오도재
지리산 조망공원엔 지리산 제1문 자리

4번 고아낸 사골과 말린 콩잎의 조화
청학산 콩잎곰국전문점의 색다른 맛
옥연가 ‘연잎밥’·늘봄 ‘오곡밥’도 눈길


함양읍을 벗어나 지리산권으로 간다. 오도재(773m) 때문이다. 마천면 삼정리 영원사 도솔암의 수도승 인오 조사(1548~1623)가 이 언저리에서 깨달음을 전파해 이 고갯마루가 ‘오도(悟道)’란 이름을 얻게 된다. 거기 지리산조망대에 서면 한 줄로 정리된 지리산의 축약본을 볼 수 있다. 맞은편 산자락에 사행하는 뱀이 걸개그림처럼 걸려 있다. 오도재 발치에 포진한 지산재 S자 구불길이다. 3겹 S자 구간이 물결처럼 연이어진 구도는 여기밖에 없다. 2004년 마천면 의탄리로 넘는 지리산 최단 구간 도로를 개설했을 때 생겨났는데 한국타이어 광고로 인해 더 유명해졌다. 그런데 고압선이 볼썽사납게 개입해 있다.

지리산 조망공원에 오니 ‘지리산제1문’이 수문장처럼 서 있다. 예부터 이곳에는 제1문이 2개 있었으나 나무로 된 문은 6·25전쟁 때 불타고 없어졌다. 2005년 초 오도재 옆 금대산에서 돌로 만든 제1문의 표지석과 바위에 새겨진 칠언시를 찾아냄으로써 지리산 제1문의 역사성이 증명돼 2006년 정상에 준공된다. 함양읍 사람들은 예전 지리산 장터목으로 갈 때 이 고개를 넘었다. 이 고개는 ‘변강쇠 설화’의 탄생지로도 알려져 있다. 오도재주막, 삼봉산민박, 거북바위민박 등 곳곳이 쉼터다.

허기를 면하러 연잎밥집 옥연가로 가던 중 예사롭지 않은 외관에 이끌려 콩잎곰국전문점 ‘청학산’을 찾게 됐다. 함양에서 찾아낸 ‘진주’였다. 콩잎곰국은 함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장방형 한옥처럼 생긴 식당은 한말 때 사숙(私塾) 건물 같다. 10년 전 노용문 사장으로부터 요리법을 전수한 임순덕씨가 레시피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콩잎을 딸 수 있는 기간은 고작 보름 정도. 8월 초가 적기다. 너무 늦게 따면 억세져 먹을 수 없다. 딴 잎은 옅은 그늘에서 하루 남짓 말려 별도로 보관한다. 육수는 사골로 뺀다. 여느 탕집과 달리 무려 네 번이나 고아낸다. 그걸 적당하게 혼합해 사용한다. 콩잎은 따로 삶아서 30분 정도 뜸을 들여야 부드러워진다. 그걸 육수와 섞어 미역국처럼 끓인다. 예전 함양 아낙네들은 안갈탕에 물리면 거기에 시래기 같은 말린 콩잎을 넣어 콩잎곰국을 해먹었다. ‘퓨전 안갈탕’인 셈. 국물이 정말 육중하다. 언뜻 모자반 넣은 제주도 ‘몸국’도 닮았다.

함양의 여러 식당을 돌면 공통으로 나오는 반찬이 있다. 양념된 청국장과 무채절임이다. 또한 경남권 장어시락국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고디탕 비슷한 ‘시락국’도 별미다. 읍내 앨도라도모텔 뒷골목에 그걸 잘하는 백반집이 있다. 대구식 시래기된장국 스타일이 아니다.

군청 근처 ‘옥연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찾아 유명해진 함양의 첫 연잎밥 전문점. 이 집과 쌍벽을 이루는 식당은 바로 근처에 있는 ‘늘봄식당’이다. 관광철에는 줄 서지 않으면 식사하기 어렵다. 늘봄식당의 밥상에선 여느 집에선 보기 힘든 ‘오곡밥’이 눈길을 끈다. 여느 공기밥과 구별되는 늘봄만의 진미(眞米)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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