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m 줄서 짜장면 한 그릇…세수도 제대로 못할 판

  • 남두백
  • |
  • 입력 2017-11-18 07:25  |  수정 2017-11-18 07:58  |  발행일 2017-11-18 제3면
■ 이재민 800여명 흥해실내체육관 가보니
입구 이재민은 포장상자 세워 찬바람 막아
남녀화장실 세면대 1개뿐…온수도 안 나와
컨트롤타워 없어 봉사단체·자원봉사자 혼란
20171118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수용된 이재민들이 점심으로 나온 짜장면을 배식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지진으로 금 간 아파트가 안전한지도 모르겠고, 언제 또 여진이 발생할지도 몰라 이곳에 나와 있습니다.”

17일 오전 11시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안. 400명 정도의 이재민이 바닥에 깔린 비닐 부직포 위에 피곤한 모습으로 앉아 걱정스러운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주민, 그리고 미리 자리 잡은 대형 텐트로 혼잡해 보이는 출입구와 주차장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이재민 대부분은 언제 있을지 모를 여진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었다. 5세, 9세의 어린 자녀와 함께 이곳에 온 강윤호씨(흥해읍) 부부는 “그럭저럭 애들과 지내기에는 아직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공포와 안도가 교차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행정기관과 10여개 봉사단체 등에서 담요, 음식, 물 등을 제공하고 있고 밤에는 대형온풍기를 틀어 추위를 막아주고 있었다. 그러나 불편한 점도 적지 않아 보였다. 건물 안팎의 기온차 때문인지 체육관 입구 쪽 이재민들은 빈 포장상자를 2~3층으로 세워 밀려드는 찬바람을 막고 있었다.

또 간단한 세수와 양치질도 쉽지 않아 보였다. 남녀로 나뉜 체육관 내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각각 1개뿐이다. 그나마 자원봉사자의 잦은 청소 덕분에 화장실은 비교적 깨끗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아 어린이와 노인들이 가장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백한준씨(80·흥해읍)는 “밤에 시끄럽고 비좁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면서 “공기도 많이 탁해 감기도 걱정된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매 끼니 해결도 불편해 보였다. 잠시 후 점심시간. 한 봉사단체에서 짜장면을 준비했지만 이재민들은 체육관 밖에서 수십m에 걸쳐 줄을 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차례로 한 그릇씩 받아서는 체육관 안으로 다시 들고 들어와 바닥에 쪼그려 앉아 먹었다. 일부는 서서 먹기도 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관·단체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지휘, 통제, 배치가 이뤄지지 않아 많은 봉사단체와 봉사자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자원봉사에 나선 주민 정모씨(흥해읍)는 “이곳에 중앙통제센터가 없어 현재까지 제각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도 노란색, 푸른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의 손길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어린이, 청소년이 좋아하는 우유와 시리얼을 준비해 나눠주고, 현장에서 직접 만두, 붕어빵 등을 구워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있었다.

정씨는 “오래된 주택이 많아 피해가 컸다”면서 “흥해읍 인근 소규모 마을마다 많은 어르신들이 아직 집에 남아 있다.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며 걱정스러워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포항에 분산 배치된 이재민은 1천800명에 육박하고 이곳에 등록된 이재민 수는 가장 많은 800여명이다.

글·사진=포항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남두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