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행태로 몸집 키우는 보이스피싱…“알아야 안 당한다”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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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31 07:45  |  수정 2018-05-31 10:16  |  발행일 2018-05-31 제11면
보이스핑 2가지 대표적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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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만든 ‘가짜 형사사법 포털사이트’와 ‘가짜 금융감독원 문서’.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검찰 수사관입니다. OO씨 통장이 보이스 피싱 범죄의 대포통장으로 이용돼 검찰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범죄 수익금인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장에 있는 모든 돈을 출금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겨야 합니다.” 자신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수사기관 담당자의 전화를 받는다면 대한민국 국민 열의 아홉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통장에 있는 모든 돈을 출금해 수사기관 관계자에게 맡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보이스 피싱은 이처럼 범죄 연루, 저리 대출 등 심리적 불안감을 악용하는 특징이 있다. 정보통신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등장한 보이스 피싱이 최근 들어 점점 더 고도화·조직화하고 있다.

① 기관사칭형 “범죄에 연루됐습니다” 불안한 심리를 노리는 그놈 목소리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 10명 중 8명은 20~30대 여성이었다. 대구지방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사칭형 피해자 156명 중 129명(82.7%)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특히 129명의 여성 중 126명이 20·30대로 각각 94명(60.3%), 32명(20.5%)이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65명의 기관사칭형 피해자 가운데 45명(69.3%)이 20~30대 여성이다.

젊은 여성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이유는 △사회적 경험 부족 △감성적 성향 등을 꼽을 수 있다. 기관사칭형 대부분은 ‘범죄에 연루됐으니 통장에 있는 현금을 출금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피해자가 이를 믿도록 법적 전문용어를 사용하면서 오랫동안 통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피해자가 속지 않을 경우엔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강압적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다.

피해자의 의심을 지우기 위해 ‘가짜 사법형사포털 사이트’에 접속할 것을 지시하기도 한다. 이는 20~30대 여성의 모바일 인터넷 접근성이 높은 점을 악용한 것이다. ‘가짜 사이트’는 사건번호, 검찰총장 관인 등이 교묘하게 위조돼 있어 당황한 피해자를 속이는 데 안성맞춤이다. 기관사칭형이 젊은 여성을 노리는 이유다.

대구지방경찰청 수사2계 이윤희 경위는 “자세히 살펴보면 띄어쓰기나 단어표현 등이 엉터리”라면서도 “하지만 ‘가짜 사이트’에 접속하면 법조 용어에 대한 무지, 위조된 관인 등으로 이성적 판단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감성적 성향일수록 주변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속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② 대출빙자형 “신용등급 상향 조정해 드립니다” 아픈 곳 노리는 그놈 목소리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의 가장 큰 특징은 가계를 책임지는 40~50대 가장(家長)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캐피탈·카드사·대부업체 직원을 사칭한 이들은 ‘저리 대출’을 제안하면서 신용등급 상향을 위한 전산작업비와 채권추심비용 등을 요구한다. 때로는 저금리대환대출을 위해 기존 대출금을 우선 갚으라고 속이기도 한다. 일부 피해자는 이 말에 속아 급전을 빌려 송금하는 경우도 있어 이중의 채무 부담을 떠안게 되기도 한다.

지난해 대구에서 일어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모두 512명. 이 가운데 40~50대 남성은 모두 189명으로 36.9%를 차지했다. 올들어서도 대출빙자형 피해 284건 가운데 40~50대 남성 피해자는 모두 114명(40.1%)에 달한다. 이 연령대 남성이 대출빙자형 수법에 취약한 이유는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1차 피해뿐 아니라 가정경제 파탄, 가정 해체 등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엔 ‘신속한 대출 진행을 위한 앱 설치가 필요하다’고 속여 악성코드에 감염시키는 ‘파밍(Pharming) 수법’도 등장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휴대전화는 정상 대부업체로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만 연결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40~50대 남성의 경우 비교적 대출이 쉬운 서민대부업체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대출 상담기록이나 대출이력이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 김현국 지능범죄 수사대장은 “대출을 해주겠다면서 돈이나 통장을 먼저 요구한다거나 특정 앱 설치를 권유하는 건 보이스피싱 범죄일 확률이 높다”며 “대출 상담·거래는 업체를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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