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발목’…조현병 환자 관리 속수무책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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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0 07:11  |  수정 2018-07-10 08:46  |  발행일 2018-07-10 제2면
본인 동의 없으면 정보수집 불가능
보건소 등 행정기관 등록 관리 곤란
‘경찰 사망’ 영양 40대 男 마찬가지
전과 3범 이력에도 사후관리 全無
20180710

지난 8일 출동 경찰관을 숨지게 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 백모씨(42·영양읍 동부리)가 행정·사법당국의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정신질환자 본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행정기관 환자 등록은 물론 사후 관리 등에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정신건강증진·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52조 ‘퇴원 등 사실의 통보’에 따르면,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등록한 사람이 퇴원할 땐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본인 동의를 받아 퇴원 등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장 또는 보건소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다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퇴원자 본인의 의사 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엔 보호 의무자 동의로 본인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범인 백씨는 2011년 환경미화원을 폭행해 복역한 이후에도 수차례 정신질환성 난동을 부렸다. 질병이 갈수록 심해지자 어머니가 올 3월 청송 정신질환의료기관에 강제 입원시켰다. 백씨는 이후 5월31일 퇴원했다. 그는 퇴원 당시 관할 영양군보건소에 정신질환자로 등록하지 않았다. 해당 병원도 관할 행정기관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백씨에 대해 약 복용 여부 및 생활 습관 등 정신질환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백씨의 어머니는 경찰에 사건 발생 열흘 전부터 아들이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열흘간 약을 먹지 않았다고 갑자기 폭력적이고 과격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백씨가 퇴원 이후부터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관할 보건소·정신건강복지센터 등 행정기관에서 임의로 백씨를 정신질환자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도 현행법상 여의치 않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보수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과의 정보 교환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불가능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병·의원에서 퇴원해 본인이 제대로 관리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단순히 이전에 정신 병력이 있다고 해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등록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백씨처럼 정신질환자로 범죄경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라도 행정·사법당국이 별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백씨는 이번 사건 이전 이미 폭행 등 전과 3범이었다. 인근 주민을 불안케 하는 행동을 해 경찰이 수차례 출동했다.

한편, 경북지역에서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환자는 23만3천명(만 18세 이상 인구의 10.2%·니코틴 제외)이다. 이 가운데 장애인수당 지급 등을 위해 읍·면·동에 등록된 정신장애인은 7천291명이며, 시·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정신건강이 등록 관리되고 있는 정신장애인은 3천132명이다. 또 정신재활시설을 이용하는 이는 300명이다. 등록정신장애인 가운데 본인·보호자가 동의해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재활시설에서 등록관리 중인 사람은 47%에 불과하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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