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독도문예대전] 최우수상(일반부 詩) - 최인희(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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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4 08:05  |  수정 2022-05-29 10:02  |  발행일 2018-07-24 제24면

그 섬, 빙점 어딘가에


북풍이 소란하던 밤, 빈 방은

바람 차가워 겨울을 마비시키고 살점을 파고들었어요



그때부터 시작되었죠

그 섬의 온도는 빙점이었어요, 어디론가

바닷물은 강물보다 굵고 은밀하게 건너갔습니다



메일이 도착했어요

알래스카와 그린란드를 다녀간 그녀의 심장은 한동안 뜨거워지지 않았대요

반伴을 잃어버린 그녀는

잃어버렸으므로 다시 반伴을 찾게 될 거라나요



그녀는 긴 날밤을 기다렸어요

질경이처럼 질긴 소리를 숨기며 두 손 모아 합장했어요

서쪽으로 가면 당신을 볼 수 있나요, 섬으로 가는 인편은요

파도가 높아질 때마다 둘은 더욱 멀어졌습니다

동굴 속에 갇힌 어둠이 은밀한 처녀생식을 계속했어요

우기가 시작되던 날, 먼 바다에서는 피리 소리가 너물거리고

바다의 신음 소리를 들어 본 사람은 서쪽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줄까요

신음도 익으면 음악이 된다는 것을 동쪽은 벌써 배우고 있었어요



세상 어느 구석이든 풀림의 실마리가 있어

적막이 다한 섬은 싱싱한 푸성귀로 살아난다지요



다만 초승달 흐르는

그 섬, 빙점 어딘가에 노란 땅채송화로 피어날 당신을 기다릴테죠



아침마다 동이 터 온다는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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