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부품 대체해도 원가 상승…경영 불확실성 커져”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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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6 07:11  |  수정 2019-08-06 07:51  |  발행일 2019-08-06 제3면
대구시·유관기관·경제계, 수출보복 대책회의

역시 관건은 불확실성이다. ‘일본 수출규제 관련 대구시·유관기관·경제계 대책회의’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사태의 장기화를 염려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길어지면 기업 운영의 불확실성이 커져 대책 마련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구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당장 3~4개월 정도의 부품 및 원료의 재고 여유는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우각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본산 수입물품을 독일 및 미국산으로 대체해도 생산원가 상승 우려가 있고, 제품의 시장경쟁력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긴급 자체조사 결과 구체적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제재조치에 대해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최 이사장의 설명이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독일제 부품을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산보다 1.5 배 비싸 결국 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또 “업계의 가장 큰 걱정이 CNC 컨트롤러다. 일본 미쓰비시와 독일 지멘스 등이 CNC 컨트롤러를 제작 중인데, 일본산을 독일산으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교체하는데만 1년이 걸린다.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사실 답이 안 나온다”라고 말했다.


獨부품, 일본산보다 1.5배 비싸
제품 가격경쟁력 확보에 부정적
“지역기업 부품 수급 안정화까지
세제혜택·자금지원 절실한 상황”



박만희 대구경북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 회원사의 사정을 알아보니 향후 설비 수리가 가장 큰 문제로 조사됐다. 공작기계와 로봇, 핵심부품 시험측정기 등의 운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엔화 자금을 쓰는 기업도 상당수로, 환차손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현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부품을 최대한 확보하려 노력 중이다. 부품의 수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세제혜택이나 자금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욱 대구경북알루미늄비철금속협동조합 이사장은 일본의 이번 조치 이전부터 일본 대기업들이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금속 절삭가공기계 제조업체인 대구텍 한현준 사장은 “현재 사용 중인 일본산 장비를 세울 수 없는 입장이어서 스위스 등 유럽 장비 구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창호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 회장은 “지역 로봇업계의 경우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모션제어칩을 자체 생산하는 등 기술력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부품소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현대로보틱스의 경우 50% 넘게 일본부품을 쓰고 있지만, 대체품이 많아 큰 우려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대구경북연구원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영향분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일본수출규제 관련 정부지원방안, 대구시의 일본수출규제 관련 대응계획 발표. 대구테크노파크 등 기관별 대응현황 보고, 지역 경제산업계 인사와의 토론회로 진행됐다.

대구시는 ‘일본 수출규제 관련 기업 애로사항 청취를 위한 현장소통시장실’을 오는 12일 열 계획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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