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한 판 값에 한 시간 내 마약 수령...청소년까지 쉽게 손댄다

  • 양승진
  • |
  • 입력 2023-04-23 18:43  |  수정 2023-05-01 19:46  |  발행일 2023-04-24 제3면
[영남일보-대구경찰청 공동 기획 : 실수든, 호기심이든 마약은 NO!] <上> 더 이상 '마약 청정지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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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마약류 범죄가 날로 대담해지고 증가하면서 이제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지역사회를 좀먹고 있다. 이에 영남일보와 대구경찰청은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마약으로부터 지역과 미래세대를 지킬 수 있도록 마약의 폐해와 마약범죄 예방을 위한 노력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 <상> 더 이상 '마약 청정지대'는 없다! <중> 마약, 이래도 하시겠습니까? <하> 다시 '마약 청정지대'를 위하여!

UN은 마약류 사범이 인구 10만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것은 2016년부터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 수는 1만8천39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증가세는 올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경우 2천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4명)보다 32.4% 늘었다. 현 추세라면 올해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21일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마약사범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지금 추세로는 올해 2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구도 청년층 마약사범 급증
최근 국내 마약사범의 가장 큰 특징은 20~30대 연령층이 많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전국 마약사범 중 20~30대는 56.8%(9천173명)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대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대구 마약사범 중 20~30대 비율은 27.6%(348명 중 96명)였으나, 지난해에는 절반을 넘어선 53.3%(578명 중 308명)를 차지했다. 40대 이상 감소세, 20~30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유학 등으로 해외에 체류하면서 마약을 접한 젊은이가 크게 늘었고, 이들이 귀국한 뒤에도 마약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온라인 등 마약 접근성이 한층 수월해진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경찰이 지난해 9월부터 텔레그램 4개 채널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결과, 국내에서 대마를 재배하거나 해외에서 밀반입한 필로폰을 유통·판매한 혐의로 검거된 53명 중 45명(84.9%)이 10~30대였다. 경찰은 이들 중 8명을 구속하고 7천여 회 이상 흡입이 가능한 대마와 6천여 회 투약이 가능한 필로폰 180g 등 시가 2억6천만원 상당의 마약과 범죄수익 9천200여만원을 압수했다. 경찰은 상선 추적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마약류 사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터넷(다크웹·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마약류를 가상자산으로 판매·구매하는 마약류 사범이 2019년 31명, 2021년 95명, 지난해 200명으로 3년간 무려 545%(169명) 폭증했다. 외국인 마약 범죄자 수 역시 매년 늘고 있다. 2018년 17명(4.9%)이던 대구지역 외국인 마약사범은 2019년 42명(12.0%), 2020년 46명(10.7%), 2021년 88명(20.6%), 지난해 96명(16.6%)으로 나타났다.


◆피자 한 판 값이면 필로폰 구입
마약거래는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또 공공장소 등에 마약을 두고 가는 '던지기' 수법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제조된 마약류가 유입되며, 단계별 유통책을 거쳐 구매자에게 전달된다. 유통구조는 해외 공급책→국내 밀반입책→국내 상·하선 유통책 등으로 나뉜다. 경찰은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단계별 유통망을 잘라내는 전방위적 단속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마약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공급자가 SNS 공간에 그들만의 '은어'를 사용해 광고 글을 게시하면, 투약을 희망하는 자가 대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1회분 투약이 가능한 필로폰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이 3만원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도 마약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한 법무장관이 피자 한 판 값으로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것만큼이나 마약 유통이 쉬워졌다고 말한 게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요즘은 다크웹·텔레그램 메신저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암호화폐 형태로 결제가 이뤄지기도 한다. 국내 온라인 마약 판매 70% 이상이 이 같은 형태로 거래된다. 하지만 텔레그램 등으로부터 제대로 된 협조가 없어 자금 추적이나 공급자 신원 확인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불법으로 처방받은 뒤 이를 판매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단기 다이어트 등에 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광고하고 있어 우려된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 쉽게 현혹될 위험이 매우 높은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SNS상에서 '다이어트 약'이라고 소개되는 것은 대부분 과다처방을 통해 확보한 향정신성의약품을 허위로 광고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의사 처방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약품이기 때문에 호기심이라도 접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약류 구매 등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잠입 수사' 허용 논의할 때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선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마약범죄 특성을 고려해 위장·잠입 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이 지난해 4분기 집중 단속을 통해 검거한 마약사범 5천702명 중 구속자는 791명(13.9%)에 불과했다. 구속자가 적은 건 대부분 단순 투약자이기 때문이다. 수사 측면에선 투약자를 적발하는 것보다 마약류 근절을 위해 공급책 등을 찾는 게 용이한 측면도 있다. 단순 투약자 경우 실형을 사는 경우도 드물다. 마약사범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경우는 2019년 41%(1천723명), 2020년 42.9%(1천652명), 2021년 44%(4천747명 중 2천89명)로 매년 증가세에 있다. 처벌이 느슨하다 보니 마약 투약 등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지는 구조가 되고 있다.


마약 유통망을 끊어낼 수 있는 위장·잠입 수사는 현행법으론 불법이다. 현재는 범죄 의도가 있는 마약상에게 구매자로 접근하는 '제한적 함정 수사'만 가능하다. 다만 범죄 의도 여부의 판단 기준이 애매할 뿐 아니라 현행법에는 잠입수사 등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마약류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마약 수사에 대해선 잠입수사를 허용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공급·유통·구매자 등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이용한 거래를 하고, 가상·암호화폐로 대금을 지급하는 등 범죄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며 "경찰도 진화하는 수법에 맞는 대응기법을 지속적으로 연구·공유하는 등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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