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호기심이 내 얼굴을, 내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었어요"

  • 양승진
  • |
  • 입력 2023-04-25 18:52  |  수정 2023-05-01 19:45  |  발행일 2023-04-26 제5면
[영남일보-대구경찰청 공동 기획 : 실수든, 호기심이든 마약은 NO!] <中> 마약, 이래도 하시겠습니까

2023042601050009432.jpg
이래도 마약을 하시겠습니까. 투약자들의 바뀐 얼굴에서 마약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제공〉

마취 작용을 하고 습관성이 있어 장복(長服)하면 중독 증상을 나타내는 물질. '마약(痲藥)'에 대한 사전상 정의다. 마약이 정신·신체 건강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높은 중독성은 마약의 늪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다. 마약을 두고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마약이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지, 그리고 왜 마약을 끊기 어려운지를 살펴 봤다.

   

◆마약, 빠지면 출구가 없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마약류는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 등 세 가지로 분류한다. 마약으로는 양귀비·아편·코카인·모르핀·펜타닐 등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는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프로포폴·GHB 등이 있다. 마약의 가장 큰 특징은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의존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금단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결국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성에 의해 1회 투약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경향도 보인다. 마약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폐악을 끼치는 것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2023042601010009370.jpg
마약 주사 자국 〈대구경찰청 제공〉

모든 마약류는 복용(투약·흡입 등) 시 뇌 속의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강제로 배출시킨다. 도파민은 사고력과 쾌감에 관여한다. 이로 인해 투약 즉시 극도의 쾌감을 순간적으로 느끼게 된다. 도파민은 순간적으로 증가하지만, 과도할 경우엔 피해망상, 관계망상, 환상 등 정신 분열증과 비슷한 증상을 야기한다.

  

마약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단연 '중독성'이다. 단순 구매·투약자들이 어느 순간 드로퍼(전달책)·판매책 등으로 전락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일부 투약자는 약효가 떨어질 경우 보안성이 강한 텔레그램이 아닌 자신의 연락처가 노출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휴대전화로 직접 판매책에게 연락한다. 이 경우 성착취 영상 제작 강요 등 추가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순간의 짧은 쾌락 뒤엔 신체 마비 증상과 같은 평생 극복할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는 게 마약"이라며 "약에 취하고, 중독성이 심해진 상황에선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다. 마약은 신체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체를 파괴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약, 이래도 하시겠습니까?

일반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마약류는 '필로폰'으로, 법적 용어로는 '메트암페타민'이다. 최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4인조 일당이 청소년에게 나눠준 '마약 음료수' 또한 필로폰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오·남용되는 마약류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마약류 폐해 알리미'에 따르면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은 복용할 경우 불안·불면으로 시작해 환각과 허탈 상태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혼수에 이른다. 중독자는 중추신경이 훼손돼 공격성이 높아지고 경련도 발생한다.

 

모르핀보다 최대 100배 강한 효능을 지닌 '펜타닐'은 진통제의 일종이지만 2010년대부터 미국에서 마약으로 오용되고 있다. 2015년부터 6년간 미국에서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인원만 20만9천여명에 달한다. 펜타닐은 진통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강력하지만 그만큼 내성과 의존성도 빨리 형성된다. 또 호흡 기능을 급속도로 저하시켜 과다 투약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 쉽다. 부작용으로는 구토·위산역류 등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구강으로 위산이 흘러나와 치아가 녹아내리기도 한다. 펜타닐은 정확한 용량이 계량되지 않아 인체에 극소량만 노출되더라도 매우 치명적이다.

 

'클럽 마약'이라 불리는 케타민은 보통 임상용·동물용 마취제로 사용된다. 오·남용할 경우엔 의존성,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환각·정신착란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특히 대뇌변연계에서 감정·기억을 해석하는 기능을 억제해 행동력·사고력이 저하되는 한편, 복용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 같은 까닭으로 케타민은 주로 성범죄에 빈번하게 악용된다.

 

또 다른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MDMA(엑스터시)도 마찬가지다. 엑스터시 한 알의 환각 효과는 최대 6시간 지속된다. 엑스터시 부작용은 도취, 식욕 상실, 변비, 혼수, 자아통제 불능 등이다. 속칭 '물뽕'으로 불리는 GHB도 호흡 억제, 방향감각 상실 등 부작용을 야기한다.

 

◆마약, 절대로 해선 안 돼

순간의 쾌락을 위해 복용한 마약은 평생 회복되지 않은 후유증과 부작용을 남긴다. 마약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국내엔 이미 다크웹·SNS 등 온라인상에서 마약거래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마약을 구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또 각종 범죄에 마약이 악용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특히 클럽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마약을 탄 술·음료 등이 성범죄를 위한 도구로 쓰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에는 사탕 젤리 형태의 합성 마약도 암암리에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최근 마약범죄 경향을 보면 청소년 운반책(드로퍼)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절실한 상황이다. 마약조직은 '고수익 알바'를 미끼로 10대들을 꾀어 운반책으로 무차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주택가 가스 배관이나 창틀 등에 마약을 두고 오는 일을 하고 있다. 마약은 투약뿐 아니라 운반·보관·소지만 하더라도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만 '마약 음료 사건'과 같이 타인에게 속아 마약을 음용했을 경우엔 처벌받지 않는다. 수험생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중력을 높이는 약'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ADHD 치료제나 '다이어트약'으로 알려진 디에타민 등도 조심해야 한다. 의사 처방 없이 이를 구매, 판매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혼잡한 장소에서 낯선 타인이 건네는 음료 등은 무조건 의심부터 해야 한다. 낯선 사람의 지나친 친절은 꼭 견제해야 한다"며 "클럽, 길거리 등에서 타인에게 속아 마약을 복용했을 경우엔 처벌받지 않지만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 곧장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약을 근절하기 위해선 단속·처벌을 강화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치료·재활·교육 대책 등이다. 마약은 범죄 특성상 재범률이 35%가 넘는다. 강한 중독성이 처벌의 두려움마저 잊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약 중독을 범죄뿐 아니라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18일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정부는 앞으로 사전 예방교육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사후 치료와 재활 등을 통해 마약사범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양승진 기자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