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은 뇌 질병…완전한 격리 치료 병행해야 재범 근절"

  • 양승진,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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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01 19:36  |  수정 2023-05-02 08:30  |  발행일 2023-05-02
[영남일보-대구경찰청 공동 기획 : 실수든, 호기심이든 마약은 NO!] <下> 다시 '마약 청정지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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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대구 수성구 능인중학교에서 열린 마약퇴치·예방교육에서 3학년 학생들이 마약류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수천 년 넘게 동아시아 문명 중심지였던 중국의 마지막 왕조 청나라는 '마약'으로 몰락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당시 영국인이 건넨 '아편'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잇템(It item·꼭 있어야 하거나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됐다. 국가 차원에서 아편 흡연을 금지했으나 이미 늪에 빠진 지 오래였다. 중국 정부가 지금도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해 최고 사형에 이르는 엄벌을 내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럼 대한민국은 어떤가. 상황을 보면 아편굴에 빠져 있던 청나라를 떠올리게 한다. 마약으로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마약 청정국'으로 돌아갈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다.


◆반드시 척결해야 할 범죄
최근 마약사범 연령대나 공급망, 가격(1회 투약 기준) 등을 고려했을 때 마약범죄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다 더 강력한 단속, 엄중한 법적 처벌 등을 통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14일 김수영 청장을 단장으로 '마약 범죄 척결을 위한 합동추진단'을 구성했다. 대구경찰청 11개 과, 19계, 25팀, 207명으로 구성됐다. 특정 범죄에 대해서 이런 규모의 조직이 꾸려지는 건 이례적이다. 과별·계별 기능을 총동원해 마약 범죄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 가령 사이버 공간에서 마약 거래 등이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해 사이버수사과는 온라인 마약 광고 등을 삭제·차단하는 업무와 온라인 마약 단속 등을 분리해 대응한다. 국제범죄·강력범죄 수사계는 각각 외국인·조폭 등 마약 유통·공급망의 특색에 맞춰 수사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아동·여성·청소년 담당 부서는 예방교육과 마약(약물) 이용 범죄 수사·상담 등을 실시한다. 범죄 수익 추징·몰수 보전 등도 추진한다.


대구경찰은 추진단을 중심으로 △인터넷(다크웹)·가상자산 이용 마약류 유통·거래 △마약류 제조·밀수·유통 △클럽·유흥업소 마약류 유통·투약 △마약 투약 후 성범죄·불법 촬영·유포 △외국인 마약류 유통·투약 △양귀비·대마 재배 행위 등을 집중 척결한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 스스로 마약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주변에 마약과 관련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신고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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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청이 지난달 14일 김수영 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마약범죄 척결을 위한 합동추진단'을 구성하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다시 '청정국'을 향하여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미래 세대에게 마약의 유해성을 알리는 것이다. 마약 사범 연령대가 갈수록 어려져만 가는 상황에서 10대 청소년이 약에 취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경찰이 베테랑 마약범죄 수사관까지 투입할 정도로 중·고교,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한 예방교육에 적극적인 건 이 때문이다. 대구경찰은 오는 7월까지 △드라퍼(마약 운반책) 하지 않기 △SNS 등을 통해 모르는 약물 구매하지 않기 등의 내용을 담은 '마약 나뽀(Not Four)!' 프로젝트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할 계획이다. 또 학원가를 중심으로 순찰과 예방 캠페인을 강화한다.


마약 중독을 질병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완전한 외부와의 격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뇌 속에 남아 있는 마약(약물)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1년2개월 이상 지나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모든 인간 관계를 끊고 마약 중독 치료와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선 마약 중독자를 위한 입소형 재활시설은 경기 남양주에 있는 민간 약물중독 재활센터가 유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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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대구 달서경찰서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마약·도박 등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 발굴 및 대응체계 구축에 나선다.  <한국마약퇴치 운동본부 대구본부 제공>
경찰은 마약 투약사범 등 수사 대상자에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지역 내 의료 기관 등과 연계한 치료·상담 등을 안내하고 있으나, 마약 중독에 대한 완벽한 치료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국가·지자체가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골자로 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개정안을 의결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비례대표)은 "마약류 중독은 범죄이기 전에 질병이므로 처벌과는 별개로 반드시 전문적 의료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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