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아무나 꽂아도 당선되니까" 대구에 다시 등장한 '낙하산'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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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7 20:02  |  수정 2024-03-17 20:39  |  발행일 2024-03-18
대구 북갑·동-군위갑 국민 추천 후보 '생소'
대구를 무시한 일방적 '내려꽂기' 인상 강해
TK를 수도권 민심 '희생양' 삼았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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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윤재옥 공동선대위원장, 한동훈 위원장, 나경원·원희룡 공동선대위원장. 연합뉴스
TK(대구경북)지역 국민의힘 공천에 다시 '낙하산'이 등장했다.

 

국민의힘이 '국민 추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대구 '북구갑'과 '동구-군위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던 인사를 공천했다. TK민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으로 '내려꽂기'를 단행한 셈이다. 북구갑에 우재준 변호사(35), 동-군위갑에 최은석 전 CJ제일제당 대표(57)가 공천을 받았다.


도태우 예비후보의 공천이 취소된 대구 중-남구에는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을 전략공천했다.
지역민들은 생소한 이름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우 변호사나 최 전 대표, 김 전 차관은 TK출신이지만, 지역에서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역민들로선 '묻지마 투표'에 나서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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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DB
우 변호사는 대구 대륜고, 최 전 대표는 덕원중과 구미고를 나와 서울에서 생활해왔다. 우 변호사는 클린선거지원단을 맡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천관리위원회의 측근이 공천을 받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전 차관도 성광고를 나왔지만, 대구에서 전혀 활동하지 않았다. 사실상 서울 사람을 대구에 꽂은 격이다. 대구가 낙하산 공천의 타깃으로 전락하면서 대구 총선판이 시끄러워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감동 없는 현역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고 국민 추천 프로젝트을 마련했다. 과연 그런가. 동의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민주당이 "생소한 방식을 가져와 제3의 인물을 내세운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할 정도다. 김 전 차관의 전략 공천도 대구 민심과 동떨어졌다.


대구시민은 국민의힘의 막무가내식 공천을 선선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역을 무시했다'는 인상을 준다. 국민의힘이 낯선 인물을 전략 공천한 것은 '대구는 아무나 내놔도 당선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탓이다.


국민 추천제는 애당초 '밀실·낙하산' 공천 우려를 낳았다. 공천 신청에 대한 문턱만 낮췄을 뿐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밀실 심사'로 후보를 공천했다. 대구시민이 국민 추천이나 전략공천을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니다. 지역에서 꾸준하게 활동한 참신한 인물을 추천하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대구의 자존심에 상처을 준 꼴이다.


대구 정치권의 관계자도 "누구를 보내도 반발없는 지역에 전략공천을 한 것"이라면서 "전략공천을 받은 이들이 국회에 입성할 수는 있으나, 지역 국회의원으로 자리잡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TK를 수도권 민심의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승부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TK에 '억지로' 개혁 공천을 했다는 의심이 든다. 대구 중-남구의 '공천 번복'도 결국 수도권 민심을 의식한 조치로 여겨진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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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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