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 이전 '사법 수도 대구'로, 홍 시장 주창 일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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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9 06:57  |  수정 2024-03-29 06:59  |  발행일 2024-03-29 제27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의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자고 지난 27일 제안했다. 그러면서 여의도 일대의 고도제한을 풀어 고층빌딩의 문화·금융 중심 지역으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서울과 세종시 일대 충청 민심을 겨냥한 4·10총선 공약에 다름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여기다 한 가지 제안을 첨언했다. 대법원을 대구로 옮겨 입법·사법·행정 수도를 지역에 골고루 배분해 버리자는 주창이다. 얼핏 듣기에 상당한 난관을 몰고 올 제안 같기도 하지만, 한편 불가능한 국가 어젠다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왕 국회와 행정부를 충청권으로 내려보낸다면 대법원도 대구로 이전해 수평적 국가 권력 배분과 국토균형을 도모하자는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구는 사법부의 전통이 오래됐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대구고등법원은 광주 호남과 부산 경남을 아우르는 관할 법원이었다. 대구 법조계는 해방 전후 독립운동가이자 걸출한 법률가인 애산 이인(李仁) 변호사를 필두로 숱한 법조인을 탄생시켜 왔다. 대구가 보수적 기질을 갖게 된 배경도 법조타운이란 도시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점도 있다 하겠다.

대법원 대구이전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제안한 바 있다. 2021년 송영길 당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대구를 찾았을 때 광주에 헌법재판소를, 대구에 대법원을 이전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강효상 전 의원을 비롯한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찬성하기도 했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 대법원 대구 유치는 수도 서울의 소재지를 바꾸는 것이라 헌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별개로 하더라도 대법원 대구이전 논의는 국가 미래의 균등·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창의적 구상으로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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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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