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마음의 동성로

  • 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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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7 08:04  |  수정 2024-04-17 08:04  |  발행일 2024-04-17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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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잊기에는 추억의 낙서가 너무 많아/ 제발 잊으라는 그 말 하지 말아요/ 마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 내일을 꿈꾸며 사랑을 나누던 곳/ 아아아 내 마음의 동성로"

1996년 발표된 가수 설운도가 부른 '내 마음의 동성로'의 가사 일부이다. 이 노래는 우방그룹이 협찬해 만들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1990년대 대구 기업 트로이카 우방·청구·보성은 대구를 넘어 전국의 주택건설 시장을 호령하며 당시 대구 경제를 이끈 대구의 자랑이었다. 지금은 비록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이들 기업을 아직까지도 추억하는 대구 사람들이 많다.

6·25 전쟁 중 임시수도 시절에도, 경북의 중심도시였던 1960~70년대에도, 직할시로 승격한 1980년대에도, 광역시가 되고 3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지금까지도 대구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동성로이다. 대구 사람들에게 '시내에 나간다'는 말은 한곳을 지칭한다. 대구가 250만의 거대 도시로 성장하여 여러 개의 부도심이 생겨도 여전히 '시내에 간다'는 말은 동성로를 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동성로는 대구의 심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동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은 대구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소설가 현진건은 계산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을 것이고, 시인 이상화는 계산동 고택과 동성로를 거닐며 시상을 떠올렸을 것 같고, 대구 최초 다방 '아루스'를 개업한 화가 이인성에게도 동성로는 영감을 주는 장소였으며 우리나라 최초 음악다방 녹향(향촌동)이 만들어낸 감성도 동성로의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는 촉매제였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3·1 운동의 함성과 염원이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만세길(동산동), 삼성상회를 창업한 호암 이병철의 피와 땀(인교동), 근대 개화기 대구와 함께한 선교사들의 헌신과 눈물(계산동)은 동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 지역의 정신적인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성로 상권을 다시 살리고 원도심을 다시 활성화시키자는 움직임은 대구를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부채 의식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CGV 대구한일~28아트스퀘어)에서 열리는 제6회 대구커피&베이커리 축제(4월23~24일)는 대구 시민들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축제의 기본 방향이 대구 시민들과 커피와 빵을 함께 먹고 추억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주제관과 홍보부스를 통해 커피와 빵의 역사를 만나고, 대구의 심장인 동성로 땅을 밟으며 대구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향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의미의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

다가오는 4월23~24일, 대구 동성로에 꼭 오시라! 커피 한잔, 빵 한 조각 나누며 동성로가 만든 대구의 '찐' 문화를 만나고 싶다면 말이다.

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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