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년부터 근무하고 있는 신기중학교에는 이런 자그만 미담들이 비일비재하다. 지금 가르치고 있는 2학년은 작년에도 내가 가르친 아이들인데, 아직도 새로운 사연을 종종 듣게 된다.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속사정을 어쩌다 알게 되면 화를 낼 수 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우리 학교는 끝없이 무언가 즐거운 일을 만들고 벌인다. 이번 주만 하더라도 오늘은 신기장터를 한다. 상점을 많이 모은 학생들에게 쿠폰을 주고, 그 쿠폰으로 학생들은 레몬에이드·소떡소떡·케이크 같은 걸 사 먹을 수 있다. 모레는 신기버스킹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노래나 춤 같은 자신의 끼를 발휘하는 자리다. 금요일은 동아리 체험 한마당이다. 동아리마다 자신들의 부스를 만들어 체험을 하는데, 기획 운영 진행 모두를 학생들이 직접 하는 거라 그만큼 뿌듯하고 즐거운 모양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가정이나 사회가 책임지지 못하는 우리 학생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고 꿈을 함께 찾고 격려한다. 심심하고 따분해 다른 생각을 할라치면 또 재밌는 행사가 마련돼 있다. 즐거운 일들을 끝없이 벌이는 데는 고민과 수고가 필수이지만 기꺼이 마음을 내고 품을 들이는 것은 우리의 사랑이 누수 없이 되돌아오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 깊어지고 호의적으로 변한 눈빛에서, 한결 부드럽고 밝아진 표정에서.
이정연<대구신기중 교사>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