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회권력마저 수도권에 몰아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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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01   |  발행일 2014-11-01 제23면   |  수정 2014-11-01 07:45

헌법재판소가 현행 3대 1의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내년 말까지 2대 1로 조정하라고 판결했다. 헌재 결정대로라면 전국 246개 선거구 가운데 62곳이 분구나 통폐합 대상이다.

문제는 분구 대상 지역은 주로 수도권이고, 통폐합 대상 선거구는 대부분 영·호남지역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수도권 의석은 112석으로 전체 지역구(246석)의 45.5%다. 헌재가 지적한 인구 상한초과 선거구를 모두 분할하고, 인구 하한미달 선거구를 전부 통합한다면 수도권 의석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물론 경계지역 조정을 통해 선거구를 나누거나 통합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헌재 판결의 최소조건만 충족시키더라도 수도권 의석이 늘고 농어촌지역 의석이 줄어드는 건 명약관화하다.

수도권 의석이 늘어나면 여야의 선거공약과 득표 전략도 수도권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지금보다 오히려 더 벌어질 개연성이 커진다. 수도권지역 국회의원들은 지금까지도 줄곧 수도권 규제 내용을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폐기를 주장해왔다.

헌법재판소는 “인구 편차를 3대 1이하로 적용하면 지나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표가치의 평등은 주권주의의 출발점으로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헌재의 논리는 지역균형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인구 및 경제력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시점에서 표(票)의 등가성만 강조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선거구 획정 및 의석 조정 과정에서의 꼼수도 경계해야 한다. 벌써 국회의원 정원을 늘리거나,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가 여의도 주변에서 나온다. 국회에서 독립된 기구가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하는 이유다.

차제에 국회의원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 논의도 필요하다.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헌재 판결 범위 내에서 수도권 의석을 억제하면서 농어촌지역을 배려하는 방안도 여야가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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