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사물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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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16   |  발행일 2015-05-16 제23면   |  수정 2015-05-16
[토요단상]  사물인터넷

지난해 개봉된 ‘트랜센던스(transcendence)’는 컴퓨터가 스스로 진화하는 모습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다. 조니 뎁이 주연을 맡았다. 살해된 한 천재과학자의 뇌를 업로드시킨 슈퍼컴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자신의 욕망을 넓혀 나간다는 줄거리다. 섬뜩하지만 SF가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다. ‘사람’만이 아니라 ‘사물’도 인터넷을 하는 시대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한창 뜨고 있다. 사물인터넷이란 말 그대로 모든 사물을 인터넷과 연결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사물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각종 모바일과 웨어러블 기기 등 실로 다양한 ‘임베디드 시스템’을 모두 망라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고유의 아이피를 가져야 하고, 데이터 취득을 위한 통신 센서를 내장하면 된다.

그 정도라면 예전에도 있었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기계간 통신 ‘M2M’이 있었다.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결제가 이루어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삼성은 이미 지난 세기에 ‘씨브이넷’이란 자회사를 만들어 사물인터넷의 원리를 차용(借用)하는 ‘사이버 아파트’를 선보였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는 앞으로 명함도 못 내민다.

다가오는 사물인터넷의 시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2020년에 가면 석유와 석탄이 소멸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X프라이즈재단의 피터 디아만디스 이사장은 “이 세상은 이미 500억개의 센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장차 지구는 1조개의 칩이 연결된 ‘에코시스템’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런 세계를 한 번 상상이나 해보자.

먼저 무인자동차. 이미 ‘아우디’의 무인자동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시험주행을 마쳤다. 예정된 시간에 아무런 사고도 없이 정확히 도착을 했다. 아우디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에 가면 ‘구글’과 ‘애플’의 실험용 무인자동차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도시의 트래픽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빠른 길을 찾아간다. 주차공간도 스스로 찾는다.

무인자동차는 바퀴가 달린 컴퓨터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가 만들지 않고 인터넷 회사가 만든다. 그럼 장차 자동차 공장들은 어쩌나? 배터리만 충전하면 그만이니 휘발유도 필요가 없다. 그럼 석유회사들은 어쩌나? ‘아마존’은 무인기 ‘드론’을 이용해 물건을 배송하겠다고 나섰다. 그럼 택배회사들은 어쩌나? 3D 프린터가 나오면 제조업은 어쩌나?

‘헬스케어’ 분야는 더욱 경이롭다. 별별 웨어러블 기기로도 모자라 몸속에 센서를 내장하여 지속적으로 ‘바이탈’을 추적한다. 그 정보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의약 매뉴얼이 자동으로 결정된다. 그러니 의사도 약사도 필요가 없다. 이미 ‘다빈치 시스템’이 인간보다 훨씬 정확하고 정밀하게 외과수술을 하는 시대다. 로봇이니 손 떨림도 없다.

유엔미래포럼 박영숙 대표의 얘기는 한참을 더 나간다. 30년 후엔 국경이 사라지고, 국가도 없어진다. 배울 일이 없으니 학교도 필요가 없다. 언론도 문을 닫고, 로봇이 기사를 쓴다. 뿐만 아니라 결혼제도도 붕괴되고, 1인 가정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줄기세포 복제로 인간은 마침내 노화의 종말을 선언하고 영생(永生)에 도전한다.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모한 사물인터넷 실증단지 조성사업의 헬스케어 분야에 ‘대구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사물인터넷의 폭발적인 미래가치로 보아, 이것 하나만 제대로 해도 장차 대구의 먹거리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기술이 인간을 넘어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시대에 대구의 행운이자 쾌거(快擧)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병수 대구 동구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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