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손톱 크기 초밥에 매니큐어처럼 칠한 재료…콩알스시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뻐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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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7-03   |  발행일 2015-07-03 제35면   |  수정 2015-07-03
영남일보·Y투어 韓中日 맛 기행…일본 오사카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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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단은 많게는 한 끼 10여 만원의 풀코스 요리를 만끽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게 요리 전문점 가니도라쿠에서도 한 가지 재료로 얼마나 다양한 응용 메뉴를 개발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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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청수사 입구 상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기모노 입은 일본 여인의 걸음걸이가 행인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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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의 도톤보리는 식도락가의 침샘을 자극한다.

오사카는 일본식 불고기인 야키니쿠(燒肉)가 맨 처음 대중화된 곳.

그도 그럴 것이 1986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한 오사카 교포가 한국 불고기에 매료돼 그걸 벤치마킹해 오사카로 전파시켰다고 한다. 일본은 오래 ‘금육’의 나라였다. 675년부터 1871년까지 고기 금지령이 내려졌다. 오사카의 숯불구이 탓인지는 몰라도 혐오식품으로 낙인 찍혔던 뒷고기도 이젠 꽤 비싼 요리인 ‘호루몬(버린다는 뜻)야키’로 불티나게 팔린다. 남성보다 20~30대 여성이 호루몬에 중독되고 있다.

그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일행 중 몇 명이 선술집인 이자카야(居酒屋)를 찾아 나섰다. 고베 펄시티 호텔 근처의 한 야키니쿠 전문점에 가서 20만원 상당의 모둠 불고기 세트를 주문했다. 맨 처음 얇게 슬라이스한 소 혓바닥이 나오고 나중엔 막창이 나왔다. 대체적으로 양념이 강했다. 일본 고춧가루를 ‘시치미(七味)’라고 하는데 우리와 완전 다르다. 양귀비 씨앗, 귤 껍질, 산초, 유채 씨앗 등을 갈아 만든 종합향신료 같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류 때문인지 고춧가루가 듬뿍 묻어 있는 한국식 배추김치도 반찬으로 나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곱막창을 가위로 잘라 네모나게 해서 굽는데 일본은 모양대로 구워먹는 걸 선호한다.

◆ 게이샤 전용 콩알스시를 먹다

다음날 점심은 교토 기온(祇園) 거리 중간에 있는 ‘콩알스시’로 유명한 ‘마메엔(豆演)’을 찾았다. 기온 거리는 ‘게이샤(藝者)의 고향’. 이젠 게이샤, 그녀가 입는 기모노도 세계적 관광 상품이다. 기모노를 빌려주거나 남성의 외출복인 유카타까지 입혀주고 체험비를 받는 업장도 있다. 드문드문 기모노 차림의 일본 여성이 꽃처럼 보였다.

마메엔의 스시는 크기가 다른 집의 반 정도다. 정말 콩알만 하다. 이유가 있다. 예전 게이샤가 일하러 나가기 전에 12겹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데 종일 진을 다 뺐다. 허리를 워낙 꽉 매어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입도 크게 벌릴 수 없었다. 그런 그녀들이 허기를 면할 정도로 먹기 좋게 크기를 줄인 게 콩알스시의 유래다.


게이샤의 애환이 서린 콩알스시
마메엔이 유명…맛은 기대 이하

복어요리 전문점 즈보라야서 저녁
종잇장 같은 복어회 등 男에 인기

한국서 건너간 불고기는 양념강해


하코(나무상자)에 담겨 나온 스시는 모두 15조각. 다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는 반응이다. 초밥 위에는 육·해·공 온갖 산해진미를 다 올릴 수 있다. 고등어, 연어, 무, 가지, 장어, 양파, 오징어, 도미, 다시마, 계란, 관자, 새우, 김 등이 올려졌다. 아니, 새끼손톱만 하게 뭉쳐진 초밥 표면에 재료가 매니큐어처럼 칠해진 것 같다. 간이 무척 셌고 초밥도 조금 식었고 꾸덕한 느낌이 났다. 단체로 준비해서 그런지 대구 지역의 유명 초밥집 이상의 내공을 볼 수는 없었던 게 옥에 티였다.

이번 맛기행 때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일본에선 아직 여성 스시 장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도쿄의 총주방장을 ‘하나이타(花板)’라고 칭한다. 스시 장인은 아직 남성의 고유 영역. 여성은 왜 배척당하는 걸까. 이유가 있다. 여성은 월경 때 항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영향으로 체온이 1℃ 정도 올라간다. 제대로 된 초밥은 인간의 체온과 비슷해야 하는데 여성의 신체조건은 스시 요리에 부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신사(神社)의 정신을 전승한 스모 경기장도 아직 금녀의 공간이다. 글쎄. 시대착오적인 발상인 것 같다. 이런 불문율도 곧 깨질 것 같다.

◆ 브라보…즈보라야의 복요리

토요일 저녁은 코스식 복어요리 전문점 ‘즈보라야’에서 먹었다. 특히 남성 식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1920년부터 시작한 집. 종잇장보다 얇은 복어 회, 제법 도톰한 살을 발라 튀김옷을 입힌 온기가 남아 있는 복 튀김, 수컷의 정낭주머니인 생고니, 복껍질이 붙은 복어 살, 뼈가 붙어있는 복어 살, 복어샤부는 기분 좋은 짭쪼름한 맛에 생선 특유의 비린내라고는 전혀 없는 깔끔한 맛이다. 특히 뜨거운 물에 데쳐 먹는 생고니는 아주 부드럽고 맛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것이 꼭 순두부 맛이다. 복어를 이용한 젠사이(전채)를 먹은 후 생복을 뜨거운 물에 데쳐먹고 각종 채소도 샤부샤부 형태로 먹었다. 마지막엔 복어죽을 즉석에서 요리해 준다. 식은 밥과 날계란을 풀었는데 꼭 으깬 미국식 계란 프라이인 ‘스크램블드 에그(scrambled eggs)’같다. 육수용 국자도 구멍이 뚫린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두 개가 있다. 일반 관광객은 먹고 싶어도 기본 코스가 10여만원에 육박해 푸드 투어가 아니라면 엄두를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일본에서 복어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은 오사카. 복 요리 면허제를 처음 실시한 곳이기도 할 만큼 복 요리가 특화되어 있다. 복 스시부터 지리와 죽까지 나오는 코스가 5만엔 정도다. 과거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에 복어의 독성 때문에 복어를 먹지 못하게 하는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런데 오사카에서 이 금지령이 가장 먼저 해지되어 오사카의 복어요리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고 한다. 샤부샤부 요리의 고향도 오사카다.

마지막 코스는 오사카 제일의 전통시장 ‘구로몬(黑門)’을 찾았다. 도톤보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시장은 여느 식당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원재료와 반제품, 그리고 완제품이 어떻게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지를 현장에서 일일이 체크하면서 배울 수 있다. 이 시장을 돌아보면 일본 전역에 퍼져 있는 웬만한 식재료는 대충 다 훑어볼 수 있다. 일본의 진공포장술은 세계적이다. 어떤 채소류든 모두 진공포장해 판다. 꼬치문화도 절정에 달해 심지어 오이까지 꼬치로 만든다. 모든 메뉴에 일본 이름과 가격이 적혀 있고 마음이 동하면 그 가게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일석삼조의 음식체험 공간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유롭게 자기가 들어가고 싶은 식당을 찾아간다. 우연하게 10여명이 사쿠라 식당에서 조우했다. 장어 덮밥과 라멘, 비루(맥주)를 곁들여 한끼를 해결했다.

연신 웃음이 작렬했다. 대구를 출발할 때의 웃음보다 더 발효돼 있었다.

다음 투어 예정지인 중국 칭다오(淸島) 맛기행이 벌써부터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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