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국유사 목판본 재현, 大業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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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30   |  발행일 2015-11-30 제31면   |  수정 2015-11-30

경북도와 군위군이 지난 27일 군위군 군위읍에 도감소를 설치하고, 삼국유사 목판본 복원작업에 들어간 것은 우리나라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고려 충렬왕 때 보각국사 일연스님이 입적할 때까지 5년 동안 군위군 고로면에 있는 인각사에 머물며 완성한 삼국유사는 5권 2책의 목판본으로 만들어졌는데, 아쉽게도 1512년 경주부윤 이계복이 간행한 임신본을 마지막으로 목판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도감소는 2017년까지 삼국유사 조선초기본, 조선중기본, 경상북도본을 목판으로 복원한다. 경상북도본은 원본의 오탈자를 보완하고 집대성한 교정본이다. 완성된 3개 목판은 안동·예천에 들어선 경북도청 신청사, 군위군청, 한국국학진흥원에 보관하고 일반인에게도 공개된다. 삼국유사 목판 복원 작업에 노벨문학상(2008년) 수상자인 세계적인 문학가 르 클레지오가 직접 참여한 것도 관심이 간다.

잘 알다시피 국보 제306호인 삼국유사는 제왕운기와 더불어 단군신화를 전하는 유일한 기록이며, 고조선과 위만조선, 마한, 낙랑국, 오가야, 발해 등 고대 여러 나라에 대한 자료를 남기고 있어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자료이기도 하다.

우리는 삼국유사의 목판본을 재현하는 것 자체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우리 민족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판각기술을 재조명하고 후손들에게 계승한다는 차원에서도 대업(大業)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고 평가한다.

금속활자나 목판활자는 우리 선조들이 한 자 한 자 손으로 새겨 후손에게 전해 주려 했던 고귀한 정신문화이며 예술작품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이와 관련해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단순히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 목판 기술의 중요성과 삼국유사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목판본 도감소가 군위군이 조선시대 체험시설로 만든 ‘사라온 이야기마을’에 설치된 것도 흥미롭다. 도감소에는 의성과 고령, 강원 고성, 경기 안성, 경남 함양, 충북 보은, 충남 예산 등지에서 판각작업을 해오던 전문 각수 7명이 고려시대 전통 복장을 하고 조선중기본인 ‘중종 임신본’ 판각작업을 하고 있다. 삼국유사나 목판작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든 군위에 오면 전문 각수들이 나무판에 글자를 새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삼국유사 도감소가 앞으로 경북도와 군위군이 자랑할 만한 관광자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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