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의 법조이야기] “이석수·우병우를 어찌할꼬” 檢의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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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24   |  발행일 2016-08-24 제29면   |  수정 2016-08-24

“수사를 해서 문제점을 찾아내기도 상황이 애매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고… 우리가 내놓는 결과를 국민들이 믿겠습니까?” 대검찰청 관계자가 술자리에서 한 탄식이다.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에 대한 동시 검찰 수사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

검찰은 결국 윤갑근 대구고검장(사법연수원 19기)을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해 이번 사건을 ‘정면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특별검사 임명을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검찰 내 인적 구성만 봐도 특별검사는 예상된 결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검찰청이 우병우 수석 고발 건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내려보냈지만 배당부터 쉽지 않았다. 검찰 곳곳에 우병우 수석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요직’을 꿰차고 앉아 있기 때문. 배당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 형사1부는 공직자 비위 전담부서인 만큼 사건 배당에 대한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심우정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6기)의 동생은 국방부 소속으로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있어, 수사 결과가 중간에 흘러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함께 거론된 조사1부는 ‘큰 사람의 작은 사건’을 주로 맡는 곳으로, 통상 사건을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처리하는 곳으로 분류되는 곳. 이미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부동산거래 고발 사건이 조사1부에 배당돼 있어 이번 수사 건을 맡겨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조사1부와 형사1부의 보고를 받고 수사를 지휘하는 자리에 우병우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사법연수원 21기)가 있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사법연수원 19기인 우병우 수석은 검찰에서는 노승권 차장검사보다 ‘선배’로, 우 수석이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할 때 노승권 차장검사는 중수 1과장으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형사부가 아닌 특수부가 사건을 맡을 수도 있었지만, 특수부를 지휘하는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역시 우병우 수석과 함께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근무했던, 우 수석의 총애를 받는 우병우 사단 멤버. 이동열 3차장검사는 2014년 순천지청장으로 근무할 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체 발견 실패로 문책성 인사를 받았는데, 올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병우 수석이 힘을 써줬기 때문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러다 보니 검찰 내부에서는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논란 초반부터 힘을 받았다. “어떤 결과를 내놔도 사실 여부를 떠나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하고, 심하면 책임까지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일선 검사들의 주장. 심지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안의 정치성까지 고려할 때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했다가 잘못되면 검찰 조직이 폭탄을 껴안은 채 폭발하는 그림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지만, 검찰 내에서는 ‘검찰만 찾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검사 출신 법조인은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정치적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시켜놓고 정작 법원에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외교부에서 환영 메시지를 내놓는 등 검찰을 바보로 만들지 않았느냐”며 “검찰을 정치적 사건의 ‘해결사’로 끌어다 쓰는 것은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검찰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오히려 청와대의 레임덕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 수사에 밝은 한 검찰 관계자는 “김수남 검찰총장은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하더라도 우병우 수석에 대해 섣불리 수사를 진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번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빈틈을 보인다면, 진짜 정권 말이 됐을 때 박근혜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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