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자녀 동반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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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8   |  발행일 2016-09-28 제31면   |  수정 2016-09-28
20160928

얼마 전에 충북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고 질소가스를 흡입하여 동반자살을 하였다. 40대 중반의 부부는 지역에서 주유소를 2개나 운영하며 비교적 윤택한 삶을 누렸으나 최근 주유소 영업이 부진하고 적자가 지속되자 그것을 만회하고자 지인이 소개한 사업에 수십억원을 투자하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친지, 주변 지인들의 돈을 끌어댔는데 투자한 사업은 실패로 끝이 나고 투자 원금마저 날리게 된 것이 가족 동반자살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들에게는 15세의 중학생 딸과 12세의 초등학생 딸이 있었고 그들도 이번에 동반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현장에서는 부부의 유서와 함께 안타깝게도 15세 딸의 유서도 발견되었다. 친구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과 무엇인지 모르지만 아쉽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아 적어도 큰딸은 자살에 동의한 것으로 보여 그게 오히려 더 가슴이 아프다. 물론 큰딸의 동의가 있었어도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의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과연 그 어린 아이가 죽음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죽음에 동참하였을까? 게다가 12세의 막내딸은 자신의 죽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왜 우리 사회는 부모의 사업 실패 등 경제적인 문제가 악화하면 자살을 시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녀들까지 데리고 동반자살을 실천하는 경우가 유난히 많을까?

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자녀를 동반하는 자살에 관하여 몇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는 지나친 가족 공동체 문화 구조이다. 풀어 설명하면 가족주의의 공고함이라고 할 것이다. 가족은 한 배를 탄 공동체로서 생과 사를 같이해야 한다는 의식이 고착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유교적인 가족체계가 일정 부분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자식을 부모의 소유로 인식하는 그릇된 관념이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이므로 그들의 생명도 거둘 수 있다는 엄청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독립된 인격체로서 신체는 물론 생명에 대하여 그 어떤 사람으로부터도 침해당하지 아니한다. 또 다른 영혼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그 영혼을 지우는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를 실행하는 것이다. 동반자살로 자식들의 목숨을 거두는 부모는 비록 처벌할 수 없어도 확고하게 살인범이다. 그것도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 중 가장 극악한 살인범죄의 실행인 것이다.

비교적 풍요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경우, 특히 경제적 몰락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심하고 그것이 아무 죄가 없는 어린 영혼의 목숨을 거두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재기에 대한 희망을 손쉽게 접는 특징을 많이 보인다. 물론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재기에 대한 기회가 극히 제한적인 사회구조의 한계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 어떤 경우에도 자살은 안 되며, 특히 어린 자녀들을 동반하는 자살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백 번 양보하여 자신들이 없는 세상에 남겨진 아이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절망감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고 하여도 그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열 번 백 번을 고쳐 생각해도 그것은 명백한 살인행위이며 신의 섭리를 저버리는 죄악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런저런 사유로 가족이 자살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 15세 딸이 친구들에게 쓴 유서를 다시 생각해본다. “그동안 고마웠고…아쉬워.”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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