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파출소 콘서트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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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9   |  발행일 2017-01-19 제31면   |  수정 2017-01-19

지인의 초청으로 지난 10일 저녁 친구와 함께 대구 달서구 도원치안센터에 갔다. 문화파출소로 변신한 치안센터에서 열리는 하우스콘서트를 보러 가자고 해서 간 것이다. 별 기대를 하지는 않고 친구와 함께 가니까 그냥 따라간 것이었다. 그런데 좋았다. 기분 좋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후 7시쯤 도착하니 막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공연 시작 전에 30분 정도 음악에 대한 강의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폴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구텍이었다. 책상이 놓인 좁은 치안센터 안에 30여명이 둘러앉아 연주를 들었다. 구텍은 한국인 부인 피아니스트의 반주로 1시간 동안 폴란드 음악, 이탈리아 음악, 집시 음악 등을 들려줬다. 특히 한국의 ‘아리랑’과 가요 ‘아름다운 강산’을 함께 엮어 자신이 직접 편곡한 곡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연주하는 곡 사이에는 연주할 음악이나 클래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 폴란드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그리고 엠아르(MR·Music Recorded)를 반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색다른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35세인 그는 30년 동안 바이올린을 공부하고 연습했는데, 클래식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즐겁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금은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꼭 클래식 곡만 고집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연주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남녀노소, 음악인과 비음악인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했다. 콘서트 후에는 치안센터 2층에서 차인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간단한 다과도 즐겼다.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이 문화파출소에서는 이 같은 하우스콘서트를 비롯한 음악, 서예, 다도, 공예, 댄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고 한다. 구텍과 같이 열린 생각을 가진 예술인을 많이 발굴해 활용하고, 구청이나 경찰의 책임자들이 문화예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관심과 후원을 보낸다면, 주민들의 생활·문화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이 치안센터뿐만은 아닐 것이다.

예술인과 예술애호가들의 열정이, 사랑이 좀더 잘 수용되고 소화되는 사회분위기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살 만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김봉규 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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