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친환경 치수사업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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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4   |  발행일 2017-04-14 제21면   |  수정 2017-04-14
[기고] 친환경 치수사업의 비결
김휘태 (안동시 공무원)

물은 산에서 머물고 들을 지나 강에서 흘러야 자연환경이 살아난다. 물이 높은 곳에 있으면 흘러 내리면서 들판의 농업용수로 쓰이고 도랑과 강으로 흘러내리면서 자연생태계를 살리지만 물이 낮은 곳에 고이면 지상에서는 더 이상 쓸데가 없는 죽은 물이 되며, 하늘로 증발하여 강수로 내리면 다시 환생을 하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영원불멸의 신비한 생명체이다.

또한 물은 전 국토에 골고루 분포해야 지하수가 일정하게 스며들어 지상의 생물들이 어디서나 왕성하게 자라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하여 전 국토의 70%에 달하는 수만 개의 산 계곡에 물을 저장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치수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대부분이 국유림이며 계곡은 둑 하나만 막으면 저수지가 되므로 건설비용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가능하면 대규모 댐 하나보다 소규모 저수지 만개가 훨씬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국토 전역의 생명체를 골고루 살리는 지름길이다.

물은 과학적으로 자연과 조화롭게 흐르는 법칙을 가지고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 낙차에 의한 위치에너지가 발생하고 그 에너지의 힘으로 하천의 바닥과 부딪치며 포말을 일으켜 대기 중의 산소를 머금고 산화에 의한 자연정화작용을 하여 4㎞만 흘러가면 스스로 맑아지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형에 따라 연속의 법칙대로 흘러내리며 삼각주 같은 비옥한 토지도 형성하고 다양한 종류의 어류와 생물들이 수리환경에 적응하며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산 계곡이나 들판의 소규모 저수지는 수초를 심으면 수질오염이 적어지며 비가 많이 올 때는 저류조 역할도 하여 홍수예방 효과도 크다. 필자의 고향마을 위쪽 산자락에 있던 오래된 저수지를 농토로 메우고 나서 큰 비가 오면 동네로 급류가 쏟아져 들어와 침수가 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원상복구를 하는 것이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며, 다른 지역도 산과 들에 저수지를 많이 만들면 자연환경이 살아나고 홍수피해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산과 들의 높은 곳에 물을 저장하지 않고 기술이 좋다고 지하수 관정을 마구잡이로 뚫어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문제도 이참에 되새겨볼 일이다. 수년 전부터 논농사가 줄어들면서 도랑물이 마르고 수질오염도 심해지는 현상도 마찬가지 이치다. 실개천에 물이 마르니 지하수도 마르고 땅속에 지렁이조차 종적을 감추니 토양이 나빠져서 농사도 잘 안 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을 감안하여 이제는 무분별한 지하수 관정개발을 중단하고 농지보다 높은 곳에 저수지를 많이 만들도록 친환경적으로 치수사업을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산에 들에 물이 도랑으로 강으로 흘러내리면 하천유지수도 보충되고 생태계도 살아나며 자정작용으로 수질도 개선되고 홍수피해도 줄일 수 있는 일석사조의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물이 없어 바닷물을 증류하고 물이 없어서 빗물을 받아먹는 나라도 있지만 물 천지인 대한민국에서 치수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오염된 물을 먹고 가뭄에 물 부족을 겪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낙동강 중하류의 상수도 취수원 오염 문제나 독성녹조 발생 등 친환경 치수사업이 잘못된 현실을 자각하고 전국 방방곡곡 산과 들에 저수지를 만들어서 도랑물부터 강물까지 사시사철 흘러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개구리, 물고기가 다시 돌아오고 수초가 무성한 자연하천으로 생태계가 되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부터 벼농사 치수사업으로 높은 곳에 저수지를 만들어 도랑으로 흘려가며 농사를 짓고 물고기도 잡고 했는데, 21세기에 건설기술을 앞세워 하천을 제단하듯이 수직으로 잘라 막고 지하수 관정을 무분별하게 펑펑 뚫었다.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행위를 이제는 멈추고 다시 자연의 순리대로 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고쳐나가야 한다. 김휘태 (안동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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