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2017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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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5-04   |  발행일 2017-05-04 제30면   |  수정 2017-05-04
2016년 세계 性격차 지수
144개국 중 한국은 116위
성별 임금격차 OECD 1위
차기 대통령은 말뿐 아니라
진정한 성평등 이루어주길
[여성칼럼] 2017년이니까요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닷새다. 험난한 격랑 속에서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갈 새로운 선장을 국민의 손으로 선택하기까지 남은 시간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선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오월에 장미대선을 치르게 되었다. 장미는 ‘여성의 인권’을 상징하기도 한다. 대선후보들 관련 뉴스나 후보자 TV토론을 보면 시대가 흐르면서 가장 많이 바뀐 영역이 성평등 감수성인 것 같다. 과거에는 문제없이 넘어갔을 후보들의 행적과 무심코 던지는 발언들이 후보들의 성평등 인식과 자질 시비로 확대되는 걸 보면서 페미니즘이 주요 정치 이슈로 부각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대선후보들은 최근 불고 있는 이러한 페미니즘 열풍에 화답이라도 하듯 앞다퉈 성평등 공약을 내걸고 여성들의 표심을 끌어 모으기에 분주하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부터 여성폭력근절, 보육 및 돌봄, 여성정책추진체계 확보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선거보다 진일보한 여성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보육 문제만큼은 보수와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집권하면 여성과 남성을 동수로 한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하는 후보도 등장할 정도니 시대변화가 놀라울 따름이다.

남녀동수내각은 2006년 칠레에서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바첼레트 대통령이 남녀 10명씩으로 내각을 구성했던 것이다. 이후로도 프랑스(2012), 이탈리아(2014)가 남녀동수내각을 출범시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스웨덴을 위시한 북유럽 국가들은 내각 여성비율이 40%를 웃돌아 공약으로까지 남녀동수내각을 약속할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다.

선진국의 최고 권력자 중 성평등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이는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다. 2015년 집권한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15명씩을 장관으로 지명한 성평등 내각을 출범시켰다. 트뤼도의 성평등 내각은 남녀동수라는 점뿐만 아니라 난민 출신과 이민자, 원주민과 장애인을 장관으로 골고루 발탁해 눈길을 끌었는데, 30~60대의 다양한 연령 구성, 10개 주와 3개 준주 출신 인사를 모두 망라한 지역 안배까지 이뤄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트뤼도 총리는 자신의 내각을 “(다문화 사회인) 캐나다를 닮은 내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성평등 내각을 구성한 이유를 묻는 기자를 향해 트뤼도 총리가 “2015년이니까요(Because it’s 2015!)”라고 답하는 순간이다.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기 이를 데 없다.

2017년, 대선정국이 아니더라도 성평등이 이미 시대정신이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여성정책 공약들은 현란하다. 꼼꼼히 따져보면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저 부러움과 놀라움으로 바라봤던 선진국의 돌봄 정책, 남녀동등임금, 남녀동수내각 등이 공약에 담길지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직 암담하다. 현재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유일하다. 여성 차관마저도 없다. 지난해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중 여성은 300석 가운데 51석을 차지해 1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그나마 비례대표 50% 여성할당제 덕분이다. 성별 임금 격차도 OECD 통계가 발표된 이후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6 성 격차지수(Gender Gap Index)에서 우리나라는 0.649점으로 144개국 중 116위를 차지할 정도다.

5월9일. 이제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는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험난한 항해가 될 것이다. 순풍은커녕 항해 전 예고된 태풍만 해도 여러 개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은 성평등 의제를 우선순위에서 미루지 말고 말뿐이 아닌 진정한 성평등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란다. 성(性)과 인종, 지역, 세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왜냐면 2017년이니까요.”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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