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교의 직론직설] 박근혜를 버려야 보수가 산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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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21   |  발행일 2017-07-21 제22면   |  수정 2017-09-05
보수를 혁신하는 첫 단추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단절
인간적으로는 안타깝지만 조롱의 대상이 된 과거 위해 미래를 희생할 수는 없어
20170721

보수 혁신 논의가 백화제방이다. 보수 재건론, 보수 개혁론, 중도 보수론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진정한 보수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근본적 가치론에서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 도덕적 덕목론까지 망라하고 있다. 가치와 철학을 넘어 보수 혁신의 운동 주체에 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과 근대화의 주도 세력이었던 보수가 탄핵과 정권 상실의 패배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회, 바른정당의 바른비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그 구성과 활동이 국민의 기대에는 미흡하고, 그 결과가 정당 정치의 현실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혁신에 대한 절박함과 의지가 부족하고 전략의 부재가 드러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보수 혁신의 첫 단추는 박근혜 전 대통령 정리 문제다. 누구도 말을 꺼내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다. 비록 탄핵을 당하고 감옥에서 형사 재판을 받고 있지만 한때 한국 보수의 아이콘이었다. 싫든 좋든 보수 정치인이라면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관계다. 더 근원적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이란 점이다. 박근혜를 버리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도 부인해야 하는 고민에 빠진다.

박근혜를 부정할 수도 없고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는 탄핵은 근거가 없고 억울하다. 끝까지 옹호하고 싸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죽은 시체에 더 이상 칼질 할 수는 없다’는 인간적 동정론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혁신은 고통의 과정이다. 가죽을 벗겨내고 살과 뼈를 발라내는 고통을 겪어야 새살이 돋는다. 박 전 대통령의 과오와 책임이 너무나 크고, 과거를 붙들고 있기에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너무나 엄중하다.

우선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보수의 덕목은 능력과 책임감이다. 4년간 국정운영의 결과는 탄핵으로 드러났다. 연설문에서부터 인사까지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이 좌지우지했다. 정권 초기부터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 임명되었다. ‘이러려고 저 도왔습니까?’라는 질책에 누구 하나 인사 추천을 못하게 막았다. 청와대 비서실장도, 국무총리와 장관들도 대통령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고 한다. 국회와의 소통은 고사하고 여당내 갈등과 대립만 초래했다. 국정의 공적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졌다. 비선실세의 농단에 헌법의 가치는 무너지고 민주주의 원칙은 무시되었다.

작년 4월 총선에선 친박 마케팅으로 국민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TK 지역에 꽂으면 당선된다는 오만과 독선적인 발상은 심판을 받았다. 국정 실패와 선거 패배의 종착지는 탄핵이었다. 좌파 세력의 선전선동, 언론의 흑색 보도는 외부 요인이었을 뿐이다. 원천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일을 키운 것은 청와대였다. 탄핵 찬반으로 보수는 분열되었다. 진보에 정권을 내주고 보수는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다. 박근혜정부가 워낙 나라를 망쳐놓아 문재인정부는 잘하는 게 없는 데도 잘해 보인다는 자조감이 팽배하다.

이제 과거를 위해 미래를 희생할 수는 없다. 인간적으로 안타깝고 아쉬울 수 있다. 정치적으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많은 보수를 내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태극기 집회의 본질은 박근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붕괴를 막기 위한 애절한 호소이고,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 세운 나라를 지키겠다는 애국심의 발로였다. 썩은 환부는 과감히 도려내고, 부정한 과거는 정리해야 한다.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는 첫걸음이다.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켜온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정치에 뛰어들었다’던 박근혜를 버려야 한다. 보수 혁신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길이다.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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