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주시민은 궐기한다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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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7   |  발행일 2017-09-07 제30면   |  수정 2017-09-07
[취재수첩] 경주시민은 궐기한다
송종욱기자<경북부/경주>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경주시민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경주는 국내 유일한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전(1~4호기)과 중·저준위방폐장 등이 위치해 어느 지역보다 원전산업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높은 지역이다.

경주시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국가산업 발전을 주도해 온 ‘원전산업’ 발전의 밀알이 돼 왔다. 경주시민이 2005년 중·저준위방폐장을 유치한 것은 오로지 팍팍한 삶에서 벗어나자는 이유였다. 경주시민 89.5%가 중·저준위방폐장 유치 찬성률로 포항·영덕·군산을 물리치고 방폐장을 유치해 희망의 불씨가 번졌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천년의 역사문화관광도시인 ‘경주’의 시민들이 방폐장을 유치한 것은 ‘잘 살아 보자’는 일념에서다.

중·저준위방폐장 유치 이후 11년 만인 지난해 3월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가 경주로 이전했다.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이전한 것은 방폐장 유치 3대 국책사업의 이행이었다. 한수원 본사가 경주로 이전하면서 원전산업은 경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

국가 최고의 공기업인 한수원은 경주시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경주로 본사를 옮긴 지 1개월 만에 경주종합발전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경주의 기업’ 한수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신한울 3~4호기 설계 중단, 영덕의 천지원전 건설 중단 등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 때문이다.

특히 한수원이 추진 중인 원전수출에도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원전 수입국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원전을 수출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4호기의 원전건설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원전 수출도 녹록지 않다.

월성 1~4호기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시점은 2029년이다. 신정부의 탈핵 정책으로 12년 후면 월성 1~4호기가 모두 가동이 중지된다. 월성 1~4호기가 모두 중지될 경우, 법정지원금과 지역자원시설세 등 3천억원의 지원금이 중단될 전망이다.

경주시민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기(反旗)를 드는 것은 아니다. 경주시민이 궐기하는 것은 문 정부가 탈원전 로드맵을 그리면서 경주시민을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경주시민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며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다져왔다. 경주시민이 참고 참다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벌떡 일어나 크게 술렁이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정책 등에 궐기하는 경주시민을 보듬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송종욱기자<경북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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