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모든 감사 결과 공개해야

  • 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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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8   |  발행일 2017-09-28 제30면   |  수정 2017-09-28
[취재수첩] 모든 감사 결과 공개해야
유시용기자<경북부/영천>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이 국정기조의 한 틀을 차지하고 있다.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큰 가운데 일부 저항과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공직사회의 핵심 키워드다. 왜냐하면 국정철학을 뒷받침하고 국민을 계도해 나가야 할 핵심 세력이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중앙공무원, 정치인, 사법부, 심지어 군까지도 적폐를 걷어내기 위해 법 개정, 의식전환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방공무원에게는 먼 얘기로 들리는 것 같다.

며칠 전 보건복지부가 지역 사회복지시설 2~3곳에 대한 합동조사를 실시한 (감사 및 조사)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영천시 감사담당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분 후 사회복지시설 담당부서에서 전화가 왔다. “○○○입니다. 한 번 눈 감아 주소. 저도 올해 말 승진해야 하는데 윗분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진짜 한 번만 모른 척 해주소”라며 자료 공개에 난색을 표했다.

순간 기자는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혹감과 함께 황당함을 느꼈다. 당연히 요청한 자료를 들고 설명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기자는 “업무담당자가 중앙부서의 감사 및 조사 결과를 쉬쉬하면 오해받기 십상이다. 담당부서에서 부담이 되면 정보공개신청을 하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튿날 요청한 자료를 건네받았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았다. 공직자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공인(公人) 및 사인(私人)이 될 수 있다. 담당 공무원에 대한 불쾌감은 사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공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영천시 감사실에서 전화를 받고 해당 자료를 찾아 자초지종 세세히 설명했더라면 그 공직자는 한결 돋보였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적폐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비리·부정 등 적폐는 비공개와 특정세력의 정보 독점에서 뿌리를 내린다. 국가 최고의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감사원도 감사 결과는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 타 중앙부서도 이미 자체감사 및 조사, 현장실태 점검 등은 물론 피감기관으로서의 감사원 감사결과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다.

영천시도 자체 감사결과는 공개한다고 했다. 하지만 피감기관으로서 감사원 및 타 중앙부서 감사, 합동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담당부서 및 특정 소수만 알고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지방 공직사회가 모든 감사 및 조사에 대한 결과를 적극 공개하는 풍토를 만드는 혁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유시용기자<경북부/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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