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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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2   |  발행일 2017-10-12 제29면   |  수정 2017-10-12
[기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과제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23일간(11월11일~12월 3일)의 대장정에 오른다.

호찌민은 베트남 5대 직할시 중 하나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잘 알려진 사이공이 호찌민의 옛 이름이다. 사이공이란 ‘서쪽의 조공’이라는 서공(西貢)이다. 사이공은 동나이(同奈)강 델타지대에 위치한 하항(河港)으로, 남지나해로부터 약 55㎞쯤 떨어져 있다. 19세기 나폴레옹 3세가 침략의 손길을 뻗치면서 제국주의 침탈의 허브, 코친차이나의 상항(商港)과 군항으로서 중추적 기능을 겸했다. 이른바 100년에 걸친 프랑스 지배의 시작이었다. 프랑스풍의 건물이 즐비한 이곳은 지금껏 ‘동양의 파리’라 불린다. 25년간 남베트남의 수도였으며, 통일 이후 호찌민 주석의 위업을 기려 호찌민으로 개명됐다.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 경주엑스포의 베트남 개최는 함의하는 바가 깊다.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변하는 모든 것에 응변한다’는 호찌민 주석의 화두에 비춰 베트남과 한국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축제는 고무적이다. 베트남은 7만여명의 결혼이주여성으로 상징되듯 ‘사돈의 나라’다. 또 2016년 기준 한국 기업의 대외투자액 1위, 대외수출 3위, 한국인 관광 방문국 4위, 한국의 아세안 교역 대상 1위국이다. 한반도 총면적의 1.5배, 총인구 9천500만명, 국가 평균 연령 28세의 젊은 베트남은 한국의 기술과 접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재원이다.

중국을 둘러싼 15개 나라 중 유독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궤적은 기시감을 일으킬 만큼 흡사하다. 중국의 강퍅한 속내가 드러난 지금, 항중·항일의 배후 교두보로서도 그 가치는 각별하다. 경북도와 베트남은 더욱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800년 전 베트남 황제의 아들 이용상이 황해도 옹진 화산에 정착해 화산이씨의 시조가 됐다. 그의 둘째아들 일청(一淸)이 안동부사로 있었고, 안동과 봉화에 세거지를 형성했다. 봉화에는 이용상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현재 경북도청이 안동 소재임을 고려할 때, 이용상의 아들 일청의 안동부사 역임도 역사적 우연치곤 묘하다. 안동부사 이일청, 경북도백 김관용의 역사적 연결도 일층 선명해진다.

이용상의 모국 베트남 리(Ly) 황조는 황제를 자칭하며 용이 승천한 곳, 승룡(昇龍·탕롱)을 수도로 대월을 건국했다. 탕롱은 지금의 하노이(河內)다. 하노이란 홍하(紅河)의 안(內)이라는 뜻이다. 승천한 용이 내려앉은 동쪽 바다는 한국인의 관광 명소 하롱베이(下龍Bay)다. 하노이에서 동북 20㎞ 지점 박닌성 딘방 마을에는 리(Ly) 황조의 사당이, 인근에는 한국의 삼성산단이 위치하고 있다. 예로부터 다낭·호찌민에 이르는 베트남 중남부 지역은 참파(점성)의 영역이었다. 북쪽의 중국, 남쪽의 참파야말로 베트남의 양대 주적이었다. 호찌민에는 베트남의 고대·중세 유적이 없다. 다낭·호찌민은 베트남 역사의 국외 지역인 셈이다. 앙코르와트에 부조된, 갑옷 입은 적들도 이들 참파였다. 베트남의 역사는 이들 세력과 각축의 역사였다. 경북도의 엑스포 개최지 선정에서 면밀한 역사적 검토와 세심한 접근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공전의 엑스포 성공을 기원하는 입장에서 이제라도 호찌민, 하노이, 박닌성을 잇는 델타지대 설정이 긴요하다.

베트남은 사과를 깎아도 칼날을 밖으로 향한다. 사내들의 품속엔 항상 칼이 있다. 천년의 중국 지배, 100년의 프랑스 지배, 5년의 일본 지배. 그들의 기저에는 불멸의 항쟁 에너지가 있다. 한 손에는 쌀국수, 커피, 도시와 성당, 제빵, 종교 등 프랑스 식민 유산을 걸머쥔 채 호찌민의 유명을 좇아 질곡을 넘어 봄날의 찬연함을 향해 질주하는 곳이다. ‘Hai Lua, Tu ech di Saigon(농사 짓고 개구리 잡는 시골뜨기도 사이공을 찾는다)’이라는 베트남 속설처럼 철저한 사전조사와 깊이 있는 역사 탐색을 통해 만인이 설레고 찾는 명품 축제의 장이 되길 소망한다. 정유년, 한국·베트남의 아련한 향수, 공감의 깊은 울림을 듣고 싶다. 박순교 (팩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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