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차기 경북도지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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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5   |  발행일 2017-10-25 제30면   |  수정 2017-10-25
차기 도지사 누가 되더라도
4년 임기는 쉽지 않은 시간
눈치보거나 대립각 세우면
작은 실익 하나도 얻지 못해
축적된 경험과 비전 가져야
20171025
전영 경북본사 1부장

벌써 내년 지방선거에서 누가 경북도지사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김관용 도지사가 3선을 하는 동안 도지사 선거는 사실상 흥행에는 재미가 없었다. 그러나 김 도지사가 더 이상 출마할 수 없게 되면서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지금까지 이름을 내민 사람들을 보면 정통 행정관료도 있고 정치권에서만 길을 걸어온 사람도 있고,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사람도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경북도지사가 됐으면 좋겠느냐고 물으면 대답도 후보자의 출신과 같다.

첫 번째는 “그래도 행정경험이 있어야 300만 도민과 23개 시·군의 살림살이와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집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한다. 두 번째는 “중앙정치무대에서 놀아본 사람이 그래도 중앙부처에 아는 사람도 많고 힘껏 밀어붙여서 예산도 더 많이 가져오지 않겠어요”라고 반박한다. 세 번째는 “행정도 정치도 알면 한 가지 경험밖에 없는 사람보다 잘하지 않을까”라고 답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누가 되든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경북도지사가 무얼 할 수 있을까”다. 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것과 이전의 12년과는 다른 4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전제라고 생각하지만 바뀔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대구만 해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권영진 시장의 승부를 기대하고 있지만 경북은 대구와도 분위기가 다르다. 여당에서 내세우는 후보가 어느 정도 선전할지 여전히 물음표다. 빅 매치를 위해 세간에 알려진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후보만큼의 지명도를 가진 사람이 나오길 은근히 바란다.

야당 후보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다보니 유권자들은 고민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이후 경북이 적폐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과연 야당 도지사가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주장처럼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자치단체장을 모두 여당이 차지한다면 과연 야당 경북은 4년을 어떻게 버텨낼까?

경북도민들의 선택은 복잡하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머지 광역단체장이 모두 여당이고 경북만 야당이라면 ‘왕따’가 아닌 ‘특별함’이 될 수 있다. “경북까지 우리가 장악하려면 더 잘 보이자”고 현 정권이 생각하지 않을까? 만약 야당이 경북도를 포함한 광역단체장을 모두 석권하면 그만큼 시너지를 발휘하고 중앙정부의 콩고물도 내심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저 그런 여당 단체장 가운데 한 명의 평범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도 리더로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가 국회에서만 맴돌던 정치인이건 중앙과 지방을 넘나들던 행정가이건 상관없이 그의 몸에 어떤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고, 그것이 경북이 맞고 있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과 손발 맞추어 현안사업을 해결하라고 뽑은 여당 도지사가 청와대의 지시와 눈치만 볼 수도 있고, 도민과 지역 분위기를 결집해 중앙에 더 큰 목소리를 내라고 선택한 야당 도지사가 사사건건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실익은 하나도 못 챙길 수 있다.

과거 16세기와 17세기 가톨릭세력으로부터 박해받던 프랑스의 개신교 신자들(위그노)은 당시 첨단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견직물·시계산업 등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기술장인이었다. 프랑스 루이 14세가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자 박해를 견딜 수 없어 네덜란드와 영국·프로이센(독일) 등지로 이주했다. 이후 스위스는 시계를 포함한 정밀기계산업의 메카가 됐고, 독일과 영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업혁명을 이끈다. 그러나 위그노들을 쫓아낸 프랑스는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결정적으로 뒤처지게 됐다.

도지사 선거와는 생뚱맞아 보이지만 한 사람의 리더가 국가의 부흥과 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경북도지사를 선택해야 하는 경북도민이 새겨봐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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