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액 다수의 힘 ‘정치후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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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3   |  발행일 2017-12-13 제29면   |  수정 2017-12-13
[기고] 소액 다수의 힘 ‘정치후원금’
정주연 대구 북구선관위 홍보주무관

최근 무섭게 떠오른 팟캐스트(Pod Cast·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김생민의 영수증’이다. 저축과 검소가 몸에 밴 김생민이 청취자들의 영수증을 보고 경제자문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잘못된 소비패턴을 지적하고 재설계, 작지만 고정적인 적금을 통해 꿈을 이루도록 돕는다. 십시일반(十匙一飯), 티끌 모아 태산 등 알뜰살뜰 작은 것을 모아 큰 것을 만드는 ‘저축’이 느리고 작게 여겨지는 우리에게 김생민은 작은 것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이처럼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이 되는 ‘저축의 힘’과 ‘만기의 경험’은 비록 개인의 꿈을 위한 자금모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자금법에서는 이런 ‘저축의 힘’을 ‘정치후원금’이라는 제도에 담았다. 정치후원금 제도란 간단히 말해 정당, 국회의원 등에게 후원금을 보내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해 국고보조금 배분 형태로 정당에 지급해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충당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작은 후원금이 모여 건전한 민주정치 실현이라는 이상에 도달할 수 있도록 건전한 자금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저축의 힘을 빌려 만든 제도다.

하지만 이러한 저축의 힘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고, 정치인들은 고액소수의 정치후원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런 고액소수의 정치후원금은 정치를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기업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또한 우리의 정치관행이 필요 이상으로 돈이 많이 드는 구조로 변하면서 정치인은 더 큰돈이 필요하게 되었고, 기업은 더 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정치와 손을 잡으면서 정치와 기업은 자신들만의 고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정경유착(政經癒着)이란 원래 정치와 경제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현상을 말하는 단어였으나, 이런 자신들만의 고리가 부패로 연결되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우리가 꿈꾸고 이상으로 생각하는 민주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실의 정치활동에 있어서 정치자금은 불가결의 요소라는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하고 말로만 우리의 뜻을 대변하라고 하는 것은 마치 아이에게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지만 종이와 연필을 살 최소한의 돈도 쥐여 주지 않는 것과 같지 않을까.

지난 제20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제19대 대통령선거까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던진 작은 표심이 선거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그리고 이제 정치인들 또한 이런 민심의 힘을 느끼고 이를 잡기 위해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바뀐 정치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소액다수의 정치후원금으로 밑거름을 주어 새로운 정치로 나아갈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내가 한 표 준다고 당선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이미 그 한 표의 힘을 경험했다.

‘저축의 힘’을 믿고 ‘만기의 기쁨’을 느끼면 다시 저축하게 되듯, ‘한 표의 힘’을 경험한 우리는 이제 우리가 뽑은 대표가 자립해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기쁨을 위해 작은 금액이라도 정치후원금으로 저축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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