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탈원전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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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3   |  발행일 2017-12-13 제31면   |  수정 2017-12-13
[영남시론] 탈원전 공약
여상원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가 탈원전이었고 이로 인해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재개되긴 하였지만, 문재인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탈원전 정책의 가장 큰 근거는 원전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초래할 재앙을 피하자는 것이다. 1986년 4월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당시 31명이 사망하였는데, 이는 20세기 최대·최악의 사고였다. 이후로도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가까이는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발전소 사고가 있었고 그 여파로 아직도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은 우리 문명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는 데서 그러한 위험이 있음에도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딜레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비중은 2016년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수력발전 비중은 1%도 안 된다. 화석연료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정세에 따라 그 수급이 불안정하고 가격상승에 따라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쪽은 재생에너지, 즉 태양광이나 풍력에 의존하여야 한다고 하고, 이것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또 다른 전제이기도 하다. 원전을 폐쇄하고 이를 태양광으로 대체하려면 패널을 설치할 엄청난 땅이 있어야 하고 연중 일조량이 많아야 한다. 미국 같은 경우 우리 국토보다 넓은 사막 위에 끝이 보이지 않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고 또 사막인 관계로 1년 내내 햇빛이 내리쬔다.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땅을 확보하려면 농사를 짓는 들판을 메우거나 산을 대규모로 깎아야 할 것인데 이것은 식량안보 문제나 자연보호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여름에 긴 장마철이 있고 겨울에도 눈이 자주 내리는데 과연 이 시기에 태양광발전이 정지되면 부족한 전기를 어디서 보충할 것인가. 이 시기는 냉·난방으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풍력은 연중 초속 10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우리는 바람이 가장 세다는 제주도가 평균 초속 8m 정도로 풍력발전의 효율이 떨어진다. 게다가 풍력발전 역시 그 설치를 위하여 대규모 산림훼손이 불가피하고 소음이 심하여 근처에 거주가 불가능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일조량이나 풍속, 국토 면적에서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재생에너지 생산여건이 양호하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에 의존할 경우 전통적인 발전에 비하여 전력생산량이 들쭉날쭉하여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안 된다고 판단, 의회에서 몇 년 전에 입법하였던 재생에너지 목표를 폐기하였다.

인간이 만든 모든 문명의 이기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항상 인간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병존한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때까지의 운송수단이었던 말이 끄는 마차와 달리 하루 종일 기름만 주면 달릴 수 있고 사람이 많이 탈 수 있어 얼마나 환호하였는가. 그러나 그 자동차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교통사고로 인명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을 본다. 그렇다고 자동차를 없애자고 하지 않는다. 다만 전기자동차 등을 개발하여 환경오염을 줄이고 또 교통사고를 막는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고 있다. 원전도 마찬가지로 위험하다고 하여 없애자는 것은 사물의 일면만 보는 것이고 어차피 전기가 필요하지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방법이 원전이라면 원전을 없애는 게 답이 아니고 원전의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여 사고 없이 전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재생에너지도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하여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는 등 환경을 파괴하여야 한다면 환경보호를 위하여 원전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통령이 한 공약은 신뢰의 문제이고 이를 가능하면 지키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공약이 현실과 괴리되고 후에 국민에게 고통을 줄 가능성이 더 크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여상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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