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봄 향기 속으로 찾아온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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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  발행일 2018-02-21 제29면   |  수정 2018-02-21
[기고] 봄 향기 속으로 찾아온 산불
최수천 (남부지방 산림청장)

최근 계속된 가뭄과 찬 대륙성 기압이 확장되면서 찬 바람을 동반한 매서운 강추위가 이번 주를 고비로 한풀 누그러졌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겨울나무는 봄이 온다는 소식에 기지개를 펴며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땅속 새싹들도 고개를 내밀겠지만, 우리 산림가족들은 봄이 오면 산불과의 피 말리는 힘겨운 사투로 마냥 봄이 즐겁지만은 않다.

매년 봄이 오면 연이은 산불에 전국 산야가 심한 몸살로 신음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숲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목재 수탈과 무차별적인 벌목으로 황폐화되고 헐벗었다. 이에 산림당국은 1960~70년대부터 강력한 치산녹화 정책과 더불어 어린아이, 노인 할 것 없는 전 국민의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내 지난 40여년간 약 110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나무를 심고 가꾼다 해도 한순간의 실수로 발생한 산불은 수십 년간의 정성과 노력을 한줌의 재로 바꿔버린다. 주말이 되면 가족과 함께 쉬던 숲도, 친구와 뛰놀던 숲도, 연인과 행복을 만끽하던 숲에도 화마(火魔)는 인간의 사소한 실수를 허락하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영남지역 산불발생 통계를 살펴보면 총 1천831건의 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12.7배에 달하는 3천689㏊의 숲이 사라졌다. 이 가운데 2∼5월, 4개월 동안 산불 발생 건수가 전체의 71%에 이르고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등산·성묘 등 산을 오르내리다 실수로 낸 산불이 전체의 52%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시골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논·밭두렁 태우기나 농산폐기물 소각이 3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의와 관심만 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를 위해 올해도 남부지방산림청은 봄철 산불조심기간(1월25일∼5월15일)의 시작과 함께 지방청과 5개 국유림관리소(영주, 영덕, 구미, 울진, 양산)에 산불비상대책본부를 설치했다.

경북 동해안지역을 포함한 경남·북 영남지역에 공무원과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등 총 620여명을 입산통제구역(7만3천278㏊)과 등산로 폐쇄구간(10개 노선 56.4㎞) 및 농·산촌지역 불법 소각행위 예상지 등에 집중적으로 배치한다. 또 정월대보름, 청명·한식 전후 산나물 채취 시기별 맞춤형 산불예방대책으로 산불 발생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앞서 밝힌 주요 산불 원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산불감시·대응인력을 조기에 선발해 현장 배치를 완료했다. 또한 산림연접지 인화물질 집중 제거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도심형 산불·야간 산불대응을 위해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운영한다. 국·사유림 구분 없이 지자체와의 협력강화로 산불대응체계확립을 위해 관내 5개 거점 지역(안동, 영주, 영덕, 울진, 양산)에 각 10명씩, 60명을 배치해 도시주택, 문화재, 국가주요시설 등의 산불현장에 투입함으로써 진화작업을 전담케 하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모든 산불예방 대책도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으로 소중한 유산인 산림이 산불로 인해 폐허가 되지 않도록 다 같이 한마음이 되어 산불예방에 협조해 주어야만 우리의 숲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최수천 (남부지방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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