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한복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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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30   |  발행일 2018-04-30 제30면   |  수정 2018-04-30
전주한옥마을 한복 체험
히잡을 쓴 이슬람 여학생
한복이 아주 잘 어울렸고
두살 아기는 너무 귀여워
거리 사람들은 찬사 보내
[아침을 열며] 한복 체험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제가 재직중인 디지스트(DGIST)에는 60여명의 국제대학원생, 박사과정생, 연구원들이 있습니다. 이 국제학생들은 중국·몽골·인도네시아·필리핀·인도·러시아·이집트·이란·가나·콜럼비아 등에서 왔으며, 앞으로 그들의 나라는 물론 세계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학생들과 저는 디지스트에서 보내주는 문화체험 수학여행을 즐깁니다. 봄과 가을학기에 가는 하루 코스인데, 작년에는 경주와 단양을 다녀왔고 올해 4월 초에는 전주한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45명의 디지스트 가족이 전통문화센터에 모여 우아하게 생긴 중년의 여선생님으로부터 한국 인사법, 바닥에 앉는 법 등 한국식 예절을 체험했습니다. 또 비빔밥을 직접 만들어 먹었습니다. 4~5명이 한 조가 되어 미리 준비된 형형색색의 나물과 고명을 큰 양푼에 담긴 밥위에 아름답게 얹고 가운데 계란부침과 은행·고추장으로 장식했습니다. 지도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비빔밥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왕이 드시던 4가지 진지(곡물밥) 중 제일 특별했고 선호하셨던 음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식사 후 밥상을 치우고 그 자리에서 한복입기와 큰절 체험이 있었습니다. 한복 입는 방법의 설명과 함께 이집트에서 온 남학생이 모델이 되어 시범을 보였습니다. 바지를 입는데 허리춤이 너무 커서 입은 옷위에 바지를 입었는데도 흘러내리려고 해서 폭소를 자아냈고, 여학생 모델은 인도학생이었는데 긴 검은머리를 땋아 댕기를 매고 궁중한복을 입으니 정말 멋있었습니다.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 색깔 취향과 사이즈에 따라 한복을 골라 입었습니다. 특이한 일은 히잡을 쓴 이슬람교 여학생이 그 위에 한복을 입었는데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본인들도 예쁘다고 좋아했습니다.

남자들은 바지 입기가 어려웠습니다. 바지허리춤이 너무 헐렁해서 누가 끈으로 매줘야 했습니다. 바지가랑이도 대님으로 매줘야 했습니다. 기혼자 학생 둘이 두살배기 애기를 데리고 왔는데 작은 한복을 입히니 너무 귀여웠습니다. 한복을 모두 입은 후 제사 때나 어른께 올리는 큰절에 대해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한국말 인사도 배웠습니다. 한복을 입은 채 저희는 세 그룹으로 나뉘어 전주한옥마을을 관광했습니다. 한옥마을 거리에는 다른 외국인 관광객이 있었지만 저희들이 한복을 입어서인지 많은 시선과 “멋지다. 사진 같이 찍읍시다” 같은 찬사를 받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에게 한복체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70년대 초 미평화봉사단 임무를 끝낼 때쯤 보건소 동료직원, 마을친구, 태권도장 친구들이 제게 환송파티를 해주었고 한복 한벌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전남 화순읍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날 전남도지사께서 저와 몇몇 봉사단 친구들을 도청으로 불러 감사장을 주시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감사장 수여식에 입고 갈 마땅한 양복도 없고 새로 살 돈도 없어 선물로 받은 한복을 입고 갔습니다. 감사장 수여식 후 도지사께서 저희들을 음식점에 데리고 가서 빈대떡과 막걸리를 사주셨습니다. 저는 그날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음식점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느라 한복을 평복으로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한복을 입고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비행기 승무원을 비롯해 승객들이 한복을 입은 저를 보고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내려 버스와 택시를 타고 서소문길에 있는 미평화봉사단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저와 마주쳤던 많은 사람들도 한마디의 논평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평화봉사단 친구들이 “야, 웬일이냐. 장가가냐”며 저를 놀렸습니다.

네덜란드 화가가 (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린 ‘비단 옷을 입은 고려인’이라는 초상화를 2013년 미국 로스앤젤스에 있는 게티(GETTY)미술관에서 보았는데, 그 그림 속에 묘사된 베이지색의 비단 한복은 정말 정교하게 그려졌습니다. 모자와 도포 같은 옷을 입은 그림 속의 주인공은 고려때 사람이며 중국 상선을 따라 네덜란드에 왔다고 추정된다고 설명서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한복체험을 한 후 그 그림이 생각났습니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미국에 가서 윗그림에 대해 알아보고 영남일보 독자들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니엘 스트릭랜드 DGIST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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