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나물의 매력에 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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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1   |  발행일 2018-05-21 제29면   |  수정 2018-05-21
[기고] 산나물의 매력에 취하여
우태우 영양군청 공보담당 주무관

학교 뒷산에 올라 5월의 신록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이양하의 ‘신록예찬’이 생각난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살랑살랑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이 자연으로 유혹하는 계절의 여왕 5월이다. 더불어 신록이 가득한 산속에는 겨우내 움츠렸던 땅에서 하나 둘 새파란 새순이 강인한 생명력을 내뿜으며 올라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간다.

청정 자연 속에서 파릇파릇 성장한 산나물들이 5월에는 한없이 쏟아져 나온다. 화려한 봄꽃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아 관심이 없으면 지나쳐 버리기 쉽지만, 햇살 가득한 날에 맑은 공기를 즐길 때쯤이면 짙은 산나물 향이 후각과 미각을 유혹한다. 쌉싸래한 향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산나물의 철임을 느끼게 만든다.

경북 북부 태백산맥 남단에 위치한 영양군은 서울의 1.3배에 이르는 면적임에도 인구 1만8천명에 미치지 못하는 ‘육지의 섬’이라 불리는 소도시다. 불편한 교통으로 개발이 미치지 못한 탓에 도리어 청정 자연이 보전된 수려한 경관과 자연이 가득한 곳이다. 청정 자연이 주는 맑은 공기와 바람, 강한 태양빛은 고추·사과와 같은 농산물의 주산지로 만들어 주었으며, 낙동강의 상류 지류인 반변천의 발원지인 일월산의 청정 자연 속에서 탄생한 산나물은 맛과 향기가 뛰어나 전국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조금만 도심을 벗어나 길을 걷거나 차를 타다가 지나가는 주변을 손가락으로 액자 모양을 덧대고 있으면 그 자체가 미술관의 갤러리를 옮겨 놓은 것 같은 한없이 맑은 자연이다. 영양의 산나물은 그곳에서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보물이다.

본격적으로 따뜻한 봄날이 시작되면 영양 주변은 풍성한 잔칫상을 마련한 것처럼 땅이며 나무들 사이에서 산나물이 지천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향에 취하는 산나물이지만 쌉싸름한 그 맛은 간장이나 참기름을 살짝 넣어 무치거나 비벼 먹으면 뒷맛에서 오는 개운하고 고소한 맛이 매력이다.

산나물의 매력이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봄철 우리 밥상의 시각·미각·후각을 즐겁게 해 주는 것도 모자라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나온 산나물은 각종 영양소도 풍부해 피로도 풀어주고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매력덩어리 그 자체다. 특히 일교차가 큰 산속에서 잘 자란다는 어수리는 영양의 대표적 산나물로 부드러운 식감에 풍부한 영양소가 포함돼 이맘때면 영양의 가정이든 식당이든 밥상에 오르는 인기 산나물이다.

영양의 5월에는 어디에서든 산나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제14회 영양 산나물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10만여 명의 인파가 찾았다.

몇 년 전부터 영양군에서는 청정 자연의 풍부한 산채 자원의 가치를 높이고자 국가산채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산채 그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2·3차 산업과 연계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이다. 인위적인 변형을 가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자연의 가치를 높이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산나물 자체에 독특한 향이 있어 조미료 없이도 훌륭한 요리재료가 되는 산나물의 매력과 같은 이치다.

5월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전국의 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하지만 풍성한 산나물과 골목 사이에서 들려오는 웃음 가득한 대화가 있는 영양에서 봄의 정취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소박한 영양의 모습은 방문객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을 것이다.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엄격한 기준으로 맛집의 음식 지침서로 통하는 ‘미쉐린(Michelin·미슐랭) 가이드’가 있다. 아쉽게도 아직은 영양의 산채비빔밥 맛집은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내 마음속 미쉐린 가이드 1위는 영양 산채비빔밥 맛집이다. 주저하지 말고 지금 바로 영양으로 산채를 즐기러 떠나보자.
우태우 영양군청 공보담당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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