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청도 코미디와 전유성

  • 박성우
  • |
  • 입력 2018-06-14   |  발행일 2018-06-14 제30면   |  수정 2018-06-15
20180614

‘코미디도 배달된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7년여 동안 시골 청도에서 웃음과 재미를 퍼나르던 개그맨 전유성씨의 코미디철가방극장이 지난 4월29일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2011년 5월 개관 이후 4천400회 공연, 예약 사이트 예매율 1위, 관람객 20만명, 개그맨 양성소 등 숱한 화제와 기록을 남기고 청도를 일약 ‘코미디 메카’로 도약시킨 채 말이다. 공연 중단 소식에 놀란 청도군도 뒤늦게 용역 발주 등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기자도 철가방극장 개관 전후 청도군 출입을 맡으면서 그동안 청도코미디 성장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 가운데 하나다. 직접 취재를 통해 알거나 가까운 이들을 통해 가끔씩 소식을 듣고 상황을 체크해 왔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엔 공연 중단 이후 대구에서 우연히 전씨를 만나 술자리에 동석해 그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적도 있다.

최근 청도에서 여론 주도층이라 할 수 있는 이들과의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전씨가 청도에서 코미디로 돈을 많이 벌었지 않았나라는 게 얘기의 요지였다. 비단 이분들만이 잘못 알고 있는 소문이 아닌 듯싶어 전씨에 대한 몇가지 오해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왜냐하면 엉뚱한 소문이 생사람 잡는다고 잘못된 전제(오해)가 앞으로 풀어갈 일들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씨가 청도에서 코미디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소문은 결론부터 말하면 기자가 아는 한 사실이 아니다. 전씨가 철가방극장 개관 전 코미디언 양성을 위해 상당한 사비를 털어 이들을 키워낸 일은 그를 아는 지인들에겐 널리 알려진 일이다. 개나소나콘서트·코아페 등 각종 코미디 행사를 하면서 비싼 몸값의 유명 연예인을 싼 개런티를 주고 청도까지 데리고 와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넉넉지 못한 행사 예산 때문이었다. 연예계에서 그의 마당발 인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둘째는 청도에서 운영 중인 ‘한국코미디타운’은 전씨가 운영한다는 소문이다. 전씨는 언젠가 기자에게 “코미디타운은 내가 운영하고 있는 줄로 대부분 알고 있는데 잘못된 소문에 때론 억울하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내친김에 사족 하나 달면, 최근 전씨가 청도에서 살려고 마련한 집을 팔려고 내놓은 것과 관련, 전씨가 청도를 떠나기 위해 집을 내놓은 것이란 소문이 퍼져 있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전씨가 이런저런 왜곡된 소문에 시달리는 것은 그의 언행에서 기인된 측면도 없지 않다. 솔직히 그의 언행은 일반인 상식하고는 다르다. 하나의 예를 그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오래전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MC를 맡아 진행할 때였는데 월 출연료를 천만원 정도 받았지. 하지만 그때 하기 싫어서 그만뒀어.” (물론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청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청도가 코미디로 뜬 것은 누구도 부인 못 할 사실이다. 그가 없는 ‘청도 코미디’는 금세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철가방극장 공연이 재개되길 기대한다.

박성우 기자 (경북부/청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