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사람이 있는 문화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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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9   |  발행일 2018-07-19 제30면   |  수정 2018-10-01
사회·정치·경제분야를 포괄
문화·예술은 중요 미래가치
다양한 상호작용속 성장을
문화비전이라는 용어 의미
달라진 환경 담는 ‘큰 그릇’
20180719

법(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다. ‘일상 속에서 법의 효력을 기대하고 체감하기는 사실상 어렵지 않느냐’로 해석될 수 있다. 다소 의아하겠지만 문화·예술에도 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창의적인 실험이나 도전이 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거나 위법의 경계에 놓이기도 하고, 관습에서 벗어나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사실상 문화와 예술의 행위가 법과 무관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 진흥이나 문화향수 등의 모든 행위와 작용은 기본법에 근거해서 기조와 방향을 잡고 있으며, 날로 중요해지는 지적재산권 등은 법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창작 진흥을 위한 지원금의 분배, 창작물에 대한 향수권의 보장, 표절시비와 같은 창작환경이나 권리의 보호 등등. 알고 보면 법의 우산 아래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도 좀 더 관심을 가져볼 만하고 이와 관련된 인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문화기본권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문화기본법’이라는 것이 있다. 2013년 12월30일 제정·공포된 것으로 문화정책과 그 실천을 뒷받침해주는 기본법이다. 이 문화기본법 제2조를 살펴보면 ‘이 법은 문화가 민주국가의 발전과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임을 인식하고, 문화의 가치가 교육·환경·인권·복지·정치·경제·여가 등 우리 사회 영역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다하며, 개인이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도록 하고, 문화의 다양성·자율성과 창조성의 원리가 조화롭게 실현되도록 하는 것’을 이념으로 하고 있다. 다소 엄격하고 어려운 말 같지만, 말하는 바는 ‘다양성·자율성·창조성’을 문화기본법의 원리로 삼고 이를 실현하고 누리도록 하는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역할을 다하겠다는 말이다. 문화비전2030 역시 문화기본법에 근거한 것으로 2004년 ‘창의한국’ 이래 새로 정비된 정부의 문화정책보고서다.

문화비전 2030의 슬로건은 ‘사람이 있는 문화’다. 문화란 본디 사람의 것이고, 계절의 운행이나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생체리듬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문화는 반드시 인간의 작용과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있는 문화라는 말은 사실상 동어반복이다. 그런데 이렇게 쓸 때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과 문화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고 새로운 시대의 전망으로서 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문화와 예술의 범위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예술은 보다 특수하고 좁은 범위를 차지한다. 예술은 문화지만 문화가 곧 예술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의 핵심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예술행위이므로, 이런 맥락에서는 두 범위를 같이 이해해도 좋다. 최근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만나 작업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기분 좋은 일이 많아졌다. 자율적으로 참여하니까 협업이 절로 이루어지고 결과는 대단히 창의적이고 질적 향상으로 나타났다. 질적인 향상은 곧 기성의 예술을 넘어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문화기본법이 원리로 삼는 ‘다양성, 자율성, 창조성’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문화와 예술 속에서 유통되고 있는 골간을 법조문으로 성문화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제 문화와 예술은 사회, 정치, 경제 등을 오히려 포괄하는 중요한 미래가치가 되고 있다. 문화라는 이름을 빌려 사람을 광고의 수단이나 돈벌이 수단으로만 활용해 온 행태에서 벗어나 인격의 성장과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람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인식과 가치가 성장하는 문화를 환기하는 것이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른 문화예술의 이해와 그 대응, 새로운 기술 기반이 가져올 삶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문화예술의 대응이 그렇다. 이제 문화와 예술은 ‘문화비전’이라는 용어처럼 전적으로 달라진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는 큰 그릇이자 동력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인숙 (대구예술발전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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